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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잔해속 목소리… 무조건 살린다 생각”

입력 | 2023-02-24 03:00:00

튀르키예 구호대 1진 유지훈 대원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으로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투입된 유지훈 구조대원(왼쪽 사진). 유 대원을 비롯한 구호대원들이 11일(현지 시간) 7시간의 구조 작업을 펼친 끝에 잔해 더미에 갇혀 있던 60대 여성을 구조해 이송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소방청 제공


“잔해 속에서 희미하게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 이분은 무조건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한국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으로 튀르키예(터키) 지진 피해 현장에 투입됐던 유지훈 대원(39)은 23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지 활동 중 생존자를 포착한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유 대원은 튀르키예에 도착한 지 이틀 만인 11일 오전 7시경(현지 시간) “잔해 속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는 현지 주민들의 외침을 듣고 달려갔다. 잔해 더미에 귀를 대고 집중하자 희미하게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지진 발생 후 72시간 골든타임이 이미 지난 시점이라 마음이 급해졌다.

유 대원은 일단 주변의 구조팀 대원 20여 명을 불러 모았다. 붕괴된 건물은 총 5층인데 할머니는 지진 당시 3, 4층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측면에선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무너진 건물 위에서부터 망치와 드릴 등을 이용해 잔해를 한 겹씩 깨고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구조를 시작한 지 6시간 만인 오후 1시경 할머니 남편이 먼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할머니 손이 보였다. 잔해물을 헤치고 30cm가량 구멍을 더 파자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렸다. 이어 가슴까지 잔해물 더미에 갇힌 할머니 모습이 나타났다.

유 대원은 “이때부터 구조 작업에 더 신중을 기했다”고 했다. 작업 과정에서 할머니 몸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시간가량 조금씩 잔해물을 제거한 끝에 결국 할머니를 구출해 냈다. 매몰된 지 130시간 만이었다.

유 대원을 비롯한 한국 1진 구호대 118명은 9일부터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구조 활동을 펼쳤다. 쉼 없이 활동한 끝에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한 뒤 18일 귀국했다. 현재 2진 구호대가 현지에 파견돼 있다.

유 대원은 힘들 때마다 한국에 있는 두 딸(7세, 1세)을 생각했다. 유 대원은 “현지에서 여섯 살짜리 딸이 탈출하지 못했다면서 오열하며 구조를 부탁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딸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또다시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