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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銀, 물가잡기냐 경제상황 대응이냐 갈림길”

입력 | 2023-02-24 03:00:00

[연준 금리인상 계속]
금리동결 한은, 상황대응으로 이동
연준은 ‘인플레 억제 금리인상’ 고수
“美물가, 연준 목표 2% 되기 힘들 것”




“각국 중앙은행은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처럼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지, 아니면 경제 상황을 보며 미묘하게 대응할지 갈림길에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장 보이빈 투자연구소장은 22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 외신센터 주최로 본보 등 외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현재 두 가지 갈림길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언급한 볼커 전 의장은 1979년부터 1987년까지 미 연준 의장을 지낸 인물로 1980년대 고물가를 잡기 위해 20%까지 금리를 올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가는 잡는다’는 중앙은행의 기본 정책을 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보이빈 소장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현재 ‘볼커 레짐(규범)’하에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 고물가 대응에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사실상 ‘볼커식 물가잡기’에서 ‘미묘한 대응’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셈이다.

반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준은 아직 볼커식 금리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보이빈 소장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대응 국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을 시사했고, 시장은 이를 (금리 동결 및 인하의) 긍정적 신호로 봤다”며 “하지만 연준은 결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미 경제 손실이 가시화돼야 움직일 것이다. 어느 정도 침체까지 수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로 내려오긴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보이빈 소장은 과거와 달리 세계화의 분열에 따른 공급망 재편,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 인구 구조 변화 등이 구조적 물가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는 표현에 반대한다. 일할 사람이 구조적으로 없어서 실업률이 낮은 것이지 건강함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것처럼, 부채 부담으로 결국 소비 감소 등 다른 분야에 충격이 전해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처럼 경기 침체 시 연준이 확장 통화 정책으로 ‘구세주’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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