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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로톡 가입 막은 변협 등에 과징금 20억

입력 | 2023-02-24 03:00:00

“자유로운 경쟁 제한” 시정명령
변협 “공정위 월권… 불복 소송”




변호사들에게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탈퇴를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은 경우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 원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23일 소속 변호사에게 로톡 이용을 금지하고 탈퇴를 요구한 대한변협·서울변회의 행위가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과징금으로 대한변협에 10억 원, 서울변회에 10억 원 등 총 20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2021년 5월 ‘법질서 위반 감독센터 규정’ 등을 제·개정해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구성원의 광고 활동을 직접적으로 제한한 행위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변호사가 의무 가입해야 하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징계권을 이용해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했다는 것이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공정위 제재 결정을 환영한다”며 “변호사단체의 로톡 탈퇴 종용 행위가 불법이자 불공정 행위임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변협은 “심사 권한이 없는 공정위의 월권이며 내용과 절차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며 불복 소송 방침을 밝혔다.





공정위 “소비자 선택권 늘려야”… 변협 “공정위 월권, 불복소송”



‘로톡 금지’ 변협 과징금

벤처업계 “법률시장 혁신 기대”
법조계도 “AI등 활용이 글로벌 대세”



공정위가 소속 변호사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대한변협과 서울변회의 조치를 위법이라고 판단하면서 벤처업계 사이에선 ‘제2의 타다’로 여겨지며 존폐 기로에 섰던 국내 리걸테크(IT와 법률서비스 결합) 시장에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변협 징계 이후 가입 변호사 ‘반토막’

2014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로톡은 의뢰인들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찾아 사건을 의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때 로톡에 광고료로 일정 금액을 낸 변호사가 검색 상단에 뜨게 된다. 일본의 벤고시(변호사) 닷컴을 벤치마킹했는데, 법률시장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2015년 3월부터 변호사단체와 다양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특히 대한변협이 2021년 5월 내부 규정을 개정해 법률 플랫폼 서비스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근거를 마련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대한변협은 내부 규정을 근거로 로톡 가입 변호사 1440명에게 탈퇴를 요구했고, 그럼에도 남은 변호사 9명에겐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2021년 6월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며 공정위에 변협을 신고했다.

로톡 가입 변호사는 한때 4000여 명에 달했지만 변호사단체와의 갈등 속에 현재 2000명대로 줄어든 상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법률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 벤처업계 “국내 리걸테크 혁신 가속화 기대”
법조계에선 공정위가 이번 판단을 통해 ‘리걸테크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란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활용이 글로벌 법률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상황에서 한국 법률시장만 예외가 될 순 없다”며 “거스를 수 없다면 기존 업계가 잘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변호사는 “애초 변호사들 사이에서 회원 징계는 과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변협이 즉각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중개플랫폼 서비스 이용금지 규정을 만들어 소속 변호사들에게 안내한 것은 행정행위에 해당해 공정위의 관장 사항을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행정행위는 공정거래법 제재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변협을 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만큼 이후 소송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업계에선 공정위의 이번 판단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리걸테크 업계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리걸테크 분야의 혁신이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벤처기업협회 등 10여 개 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이날 논평에서 “국민 편익을 위한 혁신 서비스가 다시는 특정 집단의 직역 이기주의로 좌초되는 ‘제2의 타다’ 사태가 반복돼선 안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공정위도 “(법률시장 외에도) 서비스 혁신 플랫폼 분야에서 기존 사업자단체의 방해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법 위반 시 엄중하게 제재할 것”이라며 다른 분야에서도 혁신을 막는 단체 이기주의를 두고 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