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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좋아 대기업도 그만둬” 송주백 런컬렉션 대표가 마라톤에 빠진 이유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2-25 12:00:00


23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뒀다. 그 회사가 수입해 판매하던 스포츠용품 브랜드 ‘브룩스’ 사업 팀장을 맡아 달리기 시작했고, 회사와 계약이 끝나면서 그 브랜드를 국내에 계속 팔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송주백 런컬렉션 대표(49)는 어느 순간 ‘달리기 전도사’로 변신했다.

송주백 대표가 지난해 JTBC 마라톤에 출전해 즐거운 표정으로 달리고 있다. 송주백 대표 제공.

“2019년 회사가 갑자기 저를 스포츠용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자리에 보냈습니다. 러닝화가 메인 제품이었습니다. 종류도 많았어요. 그런데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품을 알아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어서입니다. 미국 본사에 갔는데 관계자들하고 대화가 안 됐습니다. 전혀 모르는 상태라…. ‘뭐 달리지도 않으면서 제품을 설명해 달라고 하나’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달리기에 미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도 달려야 했습니다.”

달리기의 ‘진정성’이라고 할까. 달리니 그들도 인정해줬다.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한 남임경 코치를 영입해 달리기 팀을 만들었어요. 일단 저도 잘 달려야 했고, 사업팀 직원들도 달리기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만든 것입니다. 헤드헌터를 통해 남 코치를 영입했죠. 기초부터 제대로 배웠습니다.”

지난해 열린 춘천마라톤에 출전해 회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송주백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송주백 대표 제공.

송 대표가 만든 크루가 ‘런업’이다. 2019년 11월 뉴욕마라톤에 출전해 42.195km 풀코스를 4시간30분에 완주했다. “엉망이었다.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완주의 기쁨은 엄청났다”고 했다.

“풀코스를 계속 뛰고 싶었는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달릴 수 없었죠. 그래서 혼자서 버추얼 레이스를 2회 정도했죠. 그리고 지난해 10월 시카고마라톤에 출전했습니다. 3시간41분에 완주했죠. 그리고 11월엔 JTBC 마라톤에서 런업 회원들 4시간 페이스메이커로 활약했습니다.”

송 대표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 측에서 5년 계약을 끝으로 수입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는데 회사가 너무 수익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웠다”고 했다. 브룩스는 2006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에 인수돼 ‘워럿 버핏 운동화’로도 불린다. 송 대표는 전 회사 브룩스팀 시절 단일 브랜드로는 드물게 브룩스의 국내 매출을 수년 만에 100억 원대로 성장시켰다.

송주백 대표가 지난해 열린  춘천마라톤에서 질주하고 있다. 송주백 대표 제공.

“브룩스하고 계약을 추진해보고 계약이 안 되면 헤드헌터에 부탁해 다른 회사로 갈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거의 임원 되기 직전이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퇴사까지 한 6개월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계약을 안 한다고 하자 본사에서 제게 연락해서 맡아줄 수 있냐고 물어봤죠. 그래서 맡게 됐습니다. 올 1월부터 제가 수입해 팔고 있습니다.”

사실상 ‘자유인’이 된 그는 시간만 나면 달린다. 그가 지난해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위해 만든 런업 풀코스 대비반 ‘언터처블(Untouchable)2’에서 매주 3일 달리고 개인적으로도 달린다. 주당 50km 이상 달린다. 3월 19일 열리는 2023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330(3시간 30분 안에 들어오는 기록)’에 도전한다. 그는 “소주 정예로 코치 1명당 9명, 총 18명의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송주백 대표가 지난해 10월 시카고마라톤을 완주한 뒤 기념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송주백 대표 제공.

“일을 위해 달렸지만 달려보니 정말 좋았어요.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달리며 명상하는 것이죠.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것도 달리면서 결정한 겁니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전 세계의 도시로 여행을 다닐 수 있어 좋아요. 지금은 이렇게 좋은 달리기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습니다.”

2019년 뉴욕마라톤 출전 때 가족 모두가 함께 가 미국 뉴욕을 구경했다. 올 9월엔 베를린마라톤에 출전한다.

송 대표가 자주 달리는 곳은 서울 여의도 공원. 그는 “장거리를 달릴 때는 여의도 공원이 좋다. 장거리를 달리려면 중간에 물을 마셔야 하는데 여의도 공원은 한바퀴 2.5km라 물을 놓고 주기적으로 마시면서 달릴 수 있어 좋다. 마라톤 풀코스 준비하는 달림이들은 일요일 여의도 공원에서 20~30km를 달리는LSD(Long Slow Distance)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2월 4일 경북 울릉도에서 열린 OSK 트레일러닝이 첫 대회 출전이었다. 트레일러닝도 트레일러닝화를 알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다.

“전 그동안 도로만 달렸습니다. 산을 달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맛이 남다르더라고요. 남임경 코치가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에 출전하는 게 버킷리스트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송주백 대표(오른쪽)가 2월 4일 열린 OSK 울릉도트레일러닝에 참가해 달리고 있다. 송주백 대표 제공.

UTMB는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1km(UTMB), 100km(CCC), 145km(TDS), 300km(PTL), 55km(OCC), 40km(MCC), 15km(ETC), 15km(YCC) 등 8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출전하려면 UTMB가 지정한 다른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송 대표는 유튜브 ‘런업 TV’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 러닝 크루와 주요 러닝 대회, 스포츠 브랜드 러닝화 리뷰 등 달리기에 대한 정보를 주는 채널이다. 맘껏 달리며 러닝 비즈니스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표방한 모토는 ‘Run Happy(행복하게 달리기)’다. 일반인이 즐겁게 달리기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