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체제 공식 출범, 미리 보는 중국 ‘양회’ 3월 4~11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 집권 3기 지도부 인선-정책 완성 경제성장률 5%대 설정 전망, ‘안정적 성장’ 위해 공동부유는 천천히 코로나 방역 자화자찬 지속할 듯… 과도하면 체제 ‘부메랑’될 수도
중국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후 3년 만에 봉쇄와 격리가 없는 한 해를 맞이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과 반대파 탄압에 대한 국내외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일상 회복을 통한 경제 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양회에서 지도부에 오를 인물들이 어떤 정책을 펼칠지에 관심이 모인다. 시 주석과 새 지도부가 날로 격화하는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시진핑 체제 수호”가 핵심
정협은 각종 정책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인대에 법안을 건의하는 역할을 맡는 자문 기구다. 중국공산당을 비롯해 인민단체, 소수민족, 재외동포 등 34개 영역을 대표하는 약 2000명의 전국 위원들로 구성된다. 선거를 거치는 전국인대 대표 선출과 달리 추천 방식으로 선출되고 임기는 역시 5년이다.
이번 양회에서는 시 주석을 건국 후 1976년 사망할 때까지 27년간 집권한 마오쩌둥(毛澤東)에 맞먹는 지도자로 추켜세우는 각종 선전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 핵심 지위를 확립하는 것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진하는 데 결정적 의미가 있다”며 “핵심을 수호하고 복종하며 긴밀히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의 헌법 격인 당장(黨章)에 ‘시진핑 수호’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규정한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는 의미다.
● 지도부 인선 완성… 2인자 리창에 관심
리창은 시 주석의 측근 그룹 ‘시자쥔(習家軍)’의 대표주자다. 저장성 출신으로 저장농업대를 졸업했고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당서기를 지낼 때 비서실장 역할인 판공청 주임으로 활동했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최고 명문대 출신이 아닌 데다 시 주석처럼 공산혁명에 가담한 부친을 둔 것도 아니어서 절대 복종과 충성심으로 시 주석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하이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근거지여서 그간 장 전 주석의 측근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 출신들이 주로 서기를 맡았다. 즉, 시 주석이 이 자리에 타 지역 출신이자 부총리 경험도 없는 리창을 ‘낙하산 인사’로 꽂을 때부터 자신의 장기집권 또한 사실상 예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부총리를 건너뛰고 2인자 총리가 된 사람은 건국에 상당한 지분이 있는 저우언라이 초대 총리와 2대 화궈펑 총리 둘뿐이다.
상하이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여파로 지난해 주요 지방정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성장 둔화로 문책할 수도 있는 그를 2인자로 발탁한 것은 리창에 대한 시 주석의 신임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대만 언론들은 시 주석이 차기 지도부에 어느 정도의 권력을 나눠줄지도 주목했다. 장 전 주석 시절의 주룽지,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의 원자바오 총리는 경제정책의 전권을 행사하며 주석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리커창(李克强) 현 총리 또한 시 주석의 집권 1기에는 약간이나마 시 주석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성장’을 중시한 리커창은 ‘분배’를 내세운 시 주석과 이견을 보인 후 시 주석 2기 때 사실상 식물 총리로 전락했다. 시 주석은 2021년 8월 ‘공동부유(共同富裕·다 같이 잘살자)’를 주창하며 정보기술(IT), 부동산, 금융 등의 주요 기업을 옥죄었다. 이것이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맞물려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시 주석이 직접 이끌고 있으며 개혁 업무를 담당하는 공산당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경제 정책을 맡고 있는 중앙재경위원회를 리창에게 넘기느냐가 권력 이양의 바로미터라고 평했다. 쯔유시보는 “양회에서 리창의 권한 확대 여부가 시진핑 집권 3기 운명도 좌우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권력 서열 3위 전국인대 상무위원장에는 자오러지(趙樂際) 상무위원, 4위 정협 주석에는 왕후닝(王滬寧) 상무위원이 내정됐다. 자오러지는 시 주석의 고향 산시성 당서기를 지냈고 시 주석 2기 때 정적 제거 목적이 강한 반부패 사정을 주도했다. 왕후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 담론을 만든 이론가 겸 책사다.
4명의 부총리에는 딩쉐샹(丁薛祥)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필두로 허리펑何立峰), 류궈중(劉國中), 장궈칭(張國淸) 중앙정치국 위원이 거론된다. 중앙은행장 교체 또한 확실시된다. 지난해 10월 20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에 들지 못한 이강(易綱) 런민은행 총재가 물러나고 주허신(朱鶴新) 씨틱그룹 회장이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인융(殷勇) 베이징 시장 권한 대행도 거론된다.
● 성장률 목표 5%대 예상… 공동부유는 속도 조절
리창 총리 내정자는 다음 달 5일 전국인대 개막식에서 새 총리 자격으로 정부 업무 보고를 하면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밝힌다. 5% 이상을 제시하면 무난한 성장, 6% 이상이면 새 지도부가 경제 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사회과학원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1%로 제시했다.중국 경제는 지난해 목표치(5.5%)에 크게 못 미치는 3.0% 성장에 그쳤다. 1994년 이후 중국이 양회에서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2020년, 지난해 등을 포함해 단 세 번에 불과했다. 이제는 코로나19 변수도 사라져 올해 성장이 지지부진하면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감안할 때 지도부가 올해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제시해 어떻게든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31개 지방정부 중 23곳이 지난해보다 낮은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높게 잡은 지역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상하이 등 5곳뿐이다. 중국 경제의 약 40%를 담당하는 광둥, 장쑤, 저장성 등 남동부 해안 지역은 모두 5%대를 안정적 목표치를 제시했다.
다만 경제 성장에 필수적인 내수 회복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공동부유’는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 기조를 결정짓는 지난달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내수 회복 및 확대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국무원 또한 “소비의 빠른 회복이 경제의 주요 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부유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상하이 당국은 중앙정부의 내수 부양 기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6월 30일까지 상하이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면 대당 1만 위안(약 183만 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올해 말까지 구입세(취득세)도 면제다. 환경 표준에 맞는 가전제품을 구매해도 최고 1000위안(약 18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상하이는 각종 소비 쿠폰도 발행하기로 했다. 이를 쫓아 다른 지방정부 또한 소비 활성화 대책을 양회에서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 코로나 방역 자화자찬도 지속
중국 지도부는 양회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16일 회의를 열고 코로나19에 관해 ‘중대한 결정적 승리’ ‘기적’ 등 자화자찬을 하는 표현을 썼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2022년 11월 이후 2억 명 이상이 진료를 받았고 약 80만 명의 중증 환자가 치료를 받았으며 코로나19 사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이를 두고 영국 BBC는 “시 주석이 직접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평가를 내린 것 양회에서 이 사안에 관해 공식적으로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라며 “코로나19는 더 이상 국정 운영의 초점이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해당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정당성을 적극 홍보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고 유족들의 분노 또한 여전해 찬양 일색의 코로나19 대응 평가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들어 허베이성 우한, 랴오닝성 다롄 등에서 머리가 희끗한 고령자들이 의료보조금 삭감을 반대하는 소위 ‘백발 시위’를 벌인 것만 봐도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한 중국 내 평가가 찬양 일색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외신은 지난해 11월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가 발발한 지 석 달 만에 코로나19 집단 발병지인 우한에서 또 시위가 열렸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강력한 검열과 통제 속에서도 각종 정책에 항의하는 중국인의 행동이 대담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