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고통/이기병 지음/266쪽·1만7000원·아몬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외노의원)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마련된 무료 병원이다. 내과 전문의이자 의료인류학자인 저자는 2011년부터 공중보건의로 이곳에서 3년간 일했다.
세계 각국에서 온 환자들은 저마다의 서사를 가지고 고통과 통증을 호소했다. 저자는 이들을 진료하며 각각의 사회, 역사, 문화적 배경과 이주 노동자로 겪는 차별과 낙인이 그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족(중국동포) 환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어디가 아프냐”는 질문에 수많은 증상을 호소한다. 저자는 인류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해 그 원인을 찾는다. 중국 문화대혁명기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겪으며 생긴 트라우마가 이주 노동이라는 비슷한 현실 속에서 재현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개인이 호소하는 고통과 통증은 어쩌면 개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