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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작년 33조 적자 사상최악… 가스公 부채비율 500%

입력 | 2023-02-25 03:00:00

LNG-석탄 등 가격 급등 여파
전기-가스료 추가인상 압박 커져




뉴시스

한국전력이 지난해 33조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내며 사상 최악의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종전 최악의 실적이었던 2021년 영업손실의 5.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미수금이 9조 원에 육박하면서 부채비율이 급증했다. 에너지 공기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공공요금 추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이 32조6034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기존 연도별 영업손실 최대치였던 2021년 5조8465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분기별로도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손실이 10조7670억 원으로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1∼3월) 영업손실(7조7869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전 매출액은 전력 판매량이 늘고 요금이 오르면서 2021년보다 17.5% 증가했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등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업비용이 56.2% 증가해 영업손실 폭이 커졌다.

가스공사도 지난해 민수용 미수금(발전연료 매입 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높아 입는 손실금)이 8조6000억 원으로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121%포인트 높은 500%까지 불어났다고 이날 밝혔다. 가스공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에너지 공기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압박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릴 방침이었지만 고물가 우려와 내년 총선 변수에 요금 인상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전 최악적자에 전기료 인상 불가피… 정부 ‘고물가 자극’ 딜레마



한전 작년 33조 적자 사상최악

원가 급등… 팔수록 손해 구조에도 “국민 부담” 요금 인상 속도조절론
내년 총선 앞두고 정부고민 커져… 한전, 비핵심 자산 매각 나서기로



한국전력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 등 연료비가 급등하는 와중에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계속 억제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한전의 천문학적 부실을 해소하려면 결국 전기요금을 상당폭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는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더욱 자극할 우려가 커서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한전, 전기 팔면 팔수록 손해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치솟았지만 전기요금은 더디게 오르면서 날이 갈수록 손실이 쌓이고 있다.

24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영업비용은 1년 전보다 37조3552억 원(56.2%)이나 급증해 103조8753억 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강세를 보인 탓이다. 자회사의 연료비는 1년 전보다 77.9% 증가한 34조6690억 원, 전력 구입비는 93.9% 증가한 41조9171억 원이었다. 지난해 경기 회복세로 전기 판매량이 늘고 전기요금도 꾸준히 올랐지만, 이처럼 불어나는 영업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전기를 많이 판매할수록 손실이 많이 늘어나는 현상도 고착화됐다. 지난해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kWh당 196.7원에 전기를 사왔지만 이를 판매하는 단가는 120.5원에 그쳤다. 전기를 팔수록 kWh당 76.2원가량 적자를 보는 셈이다.

한전은 “글로벌 연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재무 위기를 극복하고, 누적 적자 해소 등 경영 정상화 조기 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라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 시기는 조정해 향후 5년간 총 20조 원의 재무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 전기요금 추가 인상 여부는 미지수

에너지 공기업들이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는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13.1원 올린 데 이어 2분기(4∼6월)에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 안팎에서는 요금 인상 속도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전기·가스 요금을 조정할 때 국민 부담을 우선 고려하겠다”면서 요금 인상이 지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중산층과 서민 가계에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요금 인상에 속도를 내면 민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정치적 고려’도 공공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재무 상태를 감안할 때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말 관련법 개정으로 한전채 발행 한도가 추가로 확대되긴 했지만, 채권을 발행해 부채를 충당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에너지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경상수지 적자로 결국 물가도 오를 수 있다”며 “한전 적자가 커지면 한전채 발행도 늘어 시장금리를 높일 수도 있는 만큼 공공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