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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가져올 일자리 충격… 피해 없도록 준비해야[광화문에서/송충현]

입력 | 2023-02-25 03:00:00

송충현 산업1부 차장


2023년은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한 1450년, 최초의 컴퓨터 마크-1이 만들어진 1944년처럼 훗날 기념비적 연도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대화형 챗봇인 챗GPT를 시작으로 고성능의 인공지능(AI)이 인간의 곁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해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챗GPT가 대중에게 공개된 건 지난해지만 챗GPT가 보여준 놀라운 미래에 전 세계의 대중이 열광한 건 올해부터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경쟁적으로 이끄는 AI 시대의 미래는 단순히 검색 시장의 혁명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AI 대중화의 초입이라 초거대 AI가 가져올 미래를 예상하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지만 머지않아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훌쩍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AI가 인간의 능력치를 넘어섰을 때의 미래를 그려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인간은 각자의 영역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 실수를 최소화할 때 비로소 전문가로 인정받아 왔다. AI는 이 분야에 특화돼 있다. 쉼 없이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결론을 최단 시간에 도출한다. 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체력에 따른 기복도 없으며 말대답하거나 삐치는 법도 없다. 그저 명령어를 완수하기 위해 전력 질주할 뿐이다.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며 전문성을 내세워 온 분야부터 AI는 보란 듯이 인간의 자리를 밀어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자리 시장도 격변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챗GPT에게 AI가 대체할 주요 일자리를 물어보면 고객 응대, 금융 전문가, 번역가, 텔레마케터, 건설 노동자, 패스트푸드 종업원, 부동산 중개업자, 운전사, 마케터 등을 꼽는다. 사실상 대부분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챗GPT는 여기에 한술 더 뜬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AI가 대부분의 산업을 바꿀 것은 분명하므로 각자 준비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머신러닝과 AI 발전 분야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단순 사무 노동으로 분류되거나 매뉴얼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업무는 AI가 차지한다는 의미다. 미래 산업과 밀접한 일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할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이들은 결국 청년 세대다. 종사자의 수를 단순 가늠해 봐도 새로 생길 일자리보다 사라질 일자리의 수가 훨씬 많으니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정규 취업 전에 돈을 벌 만한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대학 등록금도 들썩이는데 배달, 물류, 편의점 근무 등 단순 알바부터 통·번역, 과외 등 ‘고급 알바’까지 청년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부모로부터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스스로 돈을 벌어 대학에 다니던 시대가 다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은 AI가 불러올 미래의 극히 일부분일지 모른다. 오지 않은 미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지만, 본 적 없는 미래가 거인의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우리의 오늘이 빠르게 과거가 되고 있다.



송충현 산업1부 차장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