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본격적인 은행 개혁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은행권의 오랜 숙원인 투자일임업 등 자산관리(WM) 영업 규제 완화가 수용될지 주목된다.
예대금리차에 의존한 ‘이자장사’ 구조 타파를 위해 금융당국도 은행의 비(比)이자이익 비중 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다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권에 대한 일종의 ‘당근’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 22일 첫 회의를 가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WM 영업 규제 완화가 건의돼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는 은행권 경쟁 촉진, 금리체계 개선, 보수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등 TF에서 논의되는 6대 과제 가운데 하나다.
금리 상승기 손쉬운 이자장사에만 편중하는 은행들의 영업행태를 뜯어고치기 위해 비금융업 영위 허용, 해외진출 확대 등으로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은행의 이자수익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총 32조5226억원으로 총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대 은행 모두 90%를 넘는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국 은행들의 이자이익 비중은 50~60%대로 비이자이익과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과는 딴판이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WM 영역이 제한돼 있다보니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도 투자상품이라고 해봤자 예금이나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를 판매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종류의 자산 관리를 원하는데 은행이 직접 케어하지 못하는 제한이 있어 WM 활성화가 잘 안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대한 당근 차원에서도 WM 영업 활성화를 바라보는 분위기다.
최근 금리, 성과보수, 지배구조, 사회공헌 등 은행이 전방위적 개혁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를 위한 숨통을 틔워줌으로써 은행이 다른 분야에서 자율적 개선 노력을 기울일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WM을 비롯해 은행 영업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에 따른 리스크나 건전성, 소비자 피해 문제 등도 있을텐데 전반적으로 점검을 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만 국한적으로 투자일임업이 허용돼 있지만 증권, 보험사 등은 제한이 없다. 투자일임업이란 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자산을 일괄 위임받아 대신 운용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은행이 WM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받아갈 수 있는 부문이 펀드, 방카슈랑스 등에 국한돼 있다보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이자이익 성장을 제한하고 있는 투자일임업 규제를 은행에 전반적으로 풀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투자일임업 허용 등은 WM 비즈니스의 경쟁자인 증권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어서 금융당국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최근 은행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열어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감지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경영 및 영업 행태를 개선하자고 하는데 은행 영업 범위를 넓혀주는 게 논의 주제에 맞는가 하는 의문도 있다”며 “TF의 메인 테마와 맞지 않는 논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