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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2%p 확대 가능성…원화 약세 커지나

입력 | 2023-02-25 07:30:0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최대 2.0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면서 원화 약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2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면서 미국(연 4.50~4.75%)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상단 기준으로 1.25%포인트로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이 긴축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한·미간 정책금리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달 미 실업률이 3.4%로 54년 만에 최저치로 나타난 데다 신규 고용건수는 51만7000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6.4%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1월 미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3% 급증하면서 22개월래 최대폭 상승했다.

금리인상 기조에도 고용, 소비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도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강도 긴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3,4월에 이어 6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가 5.25~5.50% 이상이 될 가능성이 70.3%로 높아졌다. 한 달 전 4.2% 수준이었던 점에서 볼 때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5.5%까지 올릴 가능성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미 연준 위원들이 제시한 올해 최종금리 중간값 5.0~5.25%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상향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6.0%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고용경기 위축이 지연될 경우 물가 불안이 재고조 되면서 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 레벨은 기존 금융 시장이 예상한 5.25~5.50%에서 추가로 상향돼 6%로 향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3.5%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동결을 시장에서 금리인상 종료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물가 상승률과 기준금리 인상폭(3.0%포인트)을 비교할 때 우리는 선진국 대비 평균 이상이고,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독자적으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라며 “물가가 3월부터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한은 예상 경로대로 가게 된다면 금리를 더 올려 긴축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등 금리 동결에 더 무게를 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물가와 성장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물가 전망을 감안해 보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 연준이 당초 전망보다 높은 수준인 5.5%까지 올리고, 한국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경우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은 2.0%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미 긴축 속도가 더 빨라져 6.0%까지 올리게 되면 한미 금리차가 2.5%포인트로 벌어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낮다.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경우 한국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미 금리 역전폭이 최대로 벌어졌던 때는 2000년 5∼9월 기록한 1.50%포인트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1%포인트 이상 역전된 사례도 이 때와 2006년 5∼7월 두 차례에 불과하다.

2000년 5∼9월 당시에는 미국 경제가 IT 버블 붕괴로 침체국면에 진입하기 직전이었고, 2006년 5∼7월 역시 미 서브프라임 사태 초기였다. 미 경제 불안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기 시작했던 때였다. 미 경제가 현재도 침체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아 이 두 차례와는 차이가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해 앞으로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개연성이 높아졌다”며 “미 연준이 3, 4월에 이어 6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최대 2%포인트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쫒아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 확대로 인해 원화 추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중 금리가 이미 한미 금리차 역전폭 2.0%포인트를 반영하고 있고, 런던 은행간 제공 금리인 ‘리보’ 1년 금리와 국내 국고채 1년물 금리 간 스프레드도 2.0%포인트 수준이다. 이는 국내 금리 동결이 지속되고 미 연준이 6월까지 추가적으로 금리 인상을 할 경후 예상되는 정책금리 역전 폭 수준 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국내 경상수지도 불안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점도 원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을 낮춰주고 있다.

박상현 연구원은 “이미 시장 금리 역전 폭이 한미 금리 역전폭을 상당부분 선반영 중이라는 점에서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이 나타나지 않는 다면 시장 금리 역전폭이 거의 상단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며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