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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의 푸른 실크 넥타이…취임 후 첫 ‘동결’ 고심 담겨

입력 | 2023-02-25 08:00:00


ⓒ News1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은 이창용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봉을 거머쥔 이후 처음으로 단행된 ‘금리 제동’이었다.

한은 사상 최초의 7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이끌었던 이 총재는 그간의 인상과 마찬가지로 이번 동결을 의결함에 앞서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동결이 옳다는 이 총재의 결심은 섰고, 이는 금통위 회의 당일 착용한 푸른색 넥타이에서부터 엿볼 수 있었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금통위 정례회의를 주재하면서 푸른 색상의 실크 넥타이를 착용했다.

과거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결정회의에서 매는 넥타이는 회의 결론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암시처럼 받아들여진 적이 있었다.

붉은 계열이면 인상을, 푸른 계열이면 동결 또는 인하를 예상하는 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10.12/뉴스1


물론 최근에는 넥타이 색상이 들어맞는 경우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 총재는 한은 사상 첫 번째와 두 번째 ‘빅 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작년 7월과 10월 회의에서도 주황색 넥타이를 선택하면서 빅 스텝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다.

이번에도 이 총재가 푸른 넥타이를 맨 날,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이 총재의 넥타이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이번이 이 총재 취임 이후 첫 동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말 취임한 이 총재는 취임으로부터 한 달 전인 3월 총재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청문회 등 임명 절차로 인해 같은 해 5월 금통위 때부터 의사봉을 잡았다.

그리고 이 총재가 금통위를 주재하면서, 기준금리는 매 결정 때마다 인상됐다. 지난달까지 금리 인상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 속도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지난달 금통위 직후부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연말부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대폭 낮췄다. 이에 외환시장 변동성 우려를 덜었다는 시각이 시장에서 고개를 들었다.

국내 물가 정점도 작년 7월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금통위 내부에서부터 제기됐다.

여기에 대내외 경기 둔화는 화룡점정이었다. 한은은 지난 23일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여전히 높고 근원물가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등 아직은 물가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섰다.

게다가 미국의 긴축 강화 기대를 비롯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직은 금리 인상을 이어갈 때가 아니냐는 지적이 금통위가 가까워질수록 늘었다.

이에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휴지기를 두는 데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2.23/뉴스1

그럼에도 이 총재가 금통위 회의 날 푸른색 넥타이를 맨 것은 이번만큼은 동결이 옳다는 결심이 확고히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 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하며 이른바 ‘안개론’을 내놨다. 지금은 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등에 관한 안개(불확실성)가 짙기에 날씨가 개면(향후 물가 지표 등이 나오면) 길을 보고 운전(통화정책 경로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푸른색 실크 넥타이는 이 같은 결단을 미리 보여줬다.

과거에도 이 총재는 넥타이를 통해 소통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진 11월 금통위에서 김소월 시인의 작품인 <진달래꽃> 문구가 적힌 넥타이를 착용했다.

이 총재의 넥타이는 금리 부담에 고통받는 차주들에게 건네는 위로로 해석됐다. 넥타이에는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고 적혀 있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