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경찰 “각서 작성할 때 강요나 강압 없었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지하철에서 옆자리 승객을 추행했다고 의심받은 중증 발달장애인 이모 씨(20)에게 받은 자필 출석각서. JTBC 뉴스 방송화면 캡처
지하철에서 옆자리 승객을 추행했다고 의심받은 중증 발달장애인이 검찰 수사로 누명을 벗었다. 철도 경찰은 그에게 자필 각서를 작성하게 했으나 검찰은 이를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장혜영)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이모 씨(20)를 지난달 20일 무혐의 처분했다.
이 씨는 지난해 6월 7일 지하철 1호선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성과 팔꿈치 등이 닿아 추행 의심을 받았다. 잠에서 깬 여성은 이 씨가 들고 있던 휴대전화로 신체 부위도 촬영한 것으로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했다. 이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했으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이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여성의 진술만으로는 피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고, 이 씨의 각서도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씨 변호를 맡은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이 씨는 (각서의) 문장을 스스로 쓸 능력이 없는 중증 발달장애인”이라며 “(특별사법경찰이) 불러주거나 미리 써놓은 글을 베낀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발달장애인법 12조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발달장애인을 조사할 때는 보호자 등이 입회해야 하는데 이 씨는 혼자 진술서를 썼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인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씨 어머니도 해당 각서는 이 씨 스스로 쓸 수 없는 문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능이 44가 나왔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다. ‘이런 거 써봐라’ 불러줬을 때는 쓴다”고 토로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