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통해 노년층 신체, 정신 건강에 긍정 영향 77세 박창열 골프장경영협회장 색소폰 고수 “뇌 자극하고 인지 능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 자신감 성취감 높아지고 모임으로 사교성 확대
박창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왼쪽)은 77세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비결 가운데 하나로 색소폰 연주를 꼽고 있다. 박 회장은 “색소폰을 불면서 폐활량이 좋아졌다.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박창열 회장 제공
악기 연주는 노년층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악기를 통해 운동량 증가와 근육 강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손과 팔의 근육을 사용하면서 악기를 연주하면 노년층의 근력 감퇴를 방지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혈압은 노화에 따라 증가하는데, 악기 연주를 포함한 음악치료가 혈압을 낮춰 심장, 뇌 질환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3년째 색소폰을 즐겨 불고 있는 박창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77)의 6집 연주 앨범 표지. 박창열 회장 제공
●하루 1~2시간 연습…연주 앨범 6집까지
대중골프장인 전북 고창컨트리클럽 회장인 박창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77)은 건강의 비결 가운데 하나로 악기를 꼽고 있다. 13년 전 처음 인연을 맺은 색소폰이 어느새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시간 날 때마다 매일 하루 1~2시간씩 연습하다 보니 요즘은 웬만한 곡을 다 연주할 만큼 수준급 실력을 갖추게 됐다. 연주 앨범을 6집까지 냈을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박 회장은 “색소폰을 불면서 복식호흡을 해서인지 폐활량이 좋은 축에 든다는 걸 느낀다”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골프장 오너로 활동한 박 회장은 2019년 205개 골프장 회원사를 이끄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장에 올라 3년 임기를 마친 뒤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70대 후반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데는 색소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음악 활동하면 우울감 절반 이하로 감소
악기 연주를 통해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면 뇌의 혈류량이 늘어날 수 있다. 사진 출처 리빙메이플스닷컴
경희대 연구에 따르면 음악 활동을 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하지 않는 노인보다 우울 관련 점수가 절반이었으며 병원 방문 횟수도 적었다.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트티솔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
색소폰과 같은 관악기는 호흡 운동을 통해 폐 기능 향상과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악기 연주는 노년층의 근력 감퇴를 방지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게 해준다.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면 뇌의 혈류량이 최대 20%까지 늘어나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향상될 수 있다. 뇌에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분이 풍부해지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게 된다.
악기를 배우거나 연주회에 참가하는 과정은 노년층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학원이나 그룹 활동에 참여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고 배움을 나눌 수 있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연결성을 증진하게 된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한 연습, 소셜 네트워크 형성 중요”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홈페이지
음악 연주는 노년층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창조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김선미 교수는 “악기를 통해 인지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수다. 일주일에 최소 30분 이상 연습하는 것을 권장하며 가능하다면 매일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적극적으로 악기 연주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처음 색소폰을 잡아 음정을 맞추는 수준이 되려면 6개월 정도는 배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2년 열심히 연습하면 어지간한 가요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 청중 앞에 나설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다. “제법”이라는 칭찬을 들으려면 4년 이상을 해야 한다고.
시니어 팝스 오케스트라 연주 모습. 동아일보 DB
단순히 악기 연주만 하는 것보다는 악기를 연주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다. 김 교수는 “악기 동호회나 연주 그룹 등에 참여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더욱 유익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음악 활동 종류로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리듬에 맞춰 춤추기 등 다양한 것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악기 연주가 인지 기능의 개선, 우울증 및 불안 증상의 감소, 삶의 질 향상 등에 더욱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다양한 취미 활동은 노년 삶 이끄는 추진력”
색소폰과 함께 박창열 회장은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기본입니다. 한 끼에 먹는 음식의 양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규칙적으로 먹으려 합니다. 가끔 출출할 때는 견과류를 소량씩 나눠 먹습니다. 골프도 스코어 보다는 자연 속에 많이 걷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2019년부터 한국골프장경영협회를 이끄는 박창열 고창CC 회장.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제공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으로서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1970년대 골프를 시작한 뒤 50년 넘게 골프와 인연을 맺고 있는 박 회장은 “건강에도 이로움이 많은 골프를 더 많은 사람이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단기적인 규제에 집착하기보다는 골프장에 불합리하게 부과되는 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여 품격 있는 대중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밝혔다.
젊어서 오토바이에 관심이 많아 자주 탔던 박 회장은 최근까지도 할리 데이비슨을 몰기도 했다. 그림에도 관심이 많다. 박 회장은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우울감, 불안감 등이 불현듯 나타날 때가 있다. 꼭 색소폰이 아니더라도 다른 악기를 다뤄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된다. 반려 악기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악기 연주를 취미로 삼으면 심신에 좋으니 주변에 많이 추천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은 노년의 삶에 있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새봄을 맞아 악기뿐 아니라 무엇이라도 새로 배워보면 어떨까.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입문할 수 있는 문화센터나 평생학습 기관도 늘었다. 운동, 미술, 악기, 식물…. 인생의 동반자가 많아질수록 삶은 풍요로워진다. 나이를 떠나서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