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 공동 연구진 연구 호기심 자극해 규범적 선택 늘려 당장 쾌락보다 장기적 웰빙 가능
우리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자주 갈등한다. 직장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소파를 향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처럼 즉각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선택과 당장은 내키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웰빙을 선물하는 선택 사이의 갈등을 ‘본능-규범 갈등(Want-Should Conflict)’이라고 한다. 이 갈등의 승자는 보통 본능이다. 본능이 주는 쾌락이 규범적 선택이 주는 이로움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쾌락은 죄책감과 후회, 심지어 비만, 중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호기심’을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으로 행동 변화를 이끄는 것)’로 활용하면 본능-규범 갈등의 승자를 본능 자아에서 규범 자아로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호기심 넛지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네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대학생 참가자 200명은 달지 않은 쿠키와 설탕 가루로 덮인 초콜릿 쿠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절반의 참가자들에겐 “달지 않은 쿠키 안에 참가자 신상에 대한 비밀이 숨어 있다”는 정보를 호기심 넛지로 제공했다. 실험 결과 호기심 넛지를 접한 참가자 100명 중 71명이 달지 않은 쿠키를 선택한 반면 호기심 넛지를 접하지 않은 나머지 참가자 100명 중에는 20명이 달지 않은 쿠키를 택했다. 호기심을 해소하고 싶은 동기가 달지 않은 쿠키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대학생 참가자 597명에게 두 개의 짧은 영화 클립을 보고 끝까지 시청할 영화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하나는 지루한 명작 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재미있지만 저급하다고 평가받는 영화였다. 모든 참가자들은 짧은 마술 쇼를 먼저 시청했다. 참가자 중 316명에게는 영화 선택 전 “명작을 선택하면 마술의 비밀이 담긴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그 결과 54.7%인 173명이 명작을 골랐다. 반면 메시지를 접하지 않은 나머지 참가자 281명 중에서는 29.9%인 84명만이 명작을 선택했다.
심리학에서는 호기심을 성취감, 행복, 행동 변화와 관련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간 특성으로 취급한다. 호기심을 넛지로 활용하면 당장은 힘들고 피하고 싶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과 교양을 높일 수 있는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유일한 재능이라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참지 못하는 열정”이라고 말했다. ‘갓생(God+生·훌륭한 인생)’을 꿈꾼다면 위대한 과학자를 낳은 호기심을 적극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