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내정자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전 사표를 제출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직원이 현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하루 만에 물러났다.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정 변호사가 부적절하게 대응한 것을 놓고 여론이 악화되자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취소했다. 3만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자리에 전직 검사를 앉힌 것을 놓고 논란이 일던 상황에서 정 변호사가 자격 미달이었다는 점까지 드러나 인사·검증 난맥상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유명 자사고에 입학한 뒤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돼지 ××” 등 언어폭력을 가해 학폭위에 회부됐다. 피해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정도로 사안이 심각했다. 당시 검사였던 정 변호사는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하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아들이 진술서를 쓰는 과정에도 관여했다. 학교 측이 전학 처분을 내리자 재심을 신청하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결국 패소했지만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전학 조치는 지연됐다. 정 변호사 측이 반성과 사과 대신 소송전을 벌이면서 피해 학생은 더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결과가 됐다.
이 사건은 2018년에 이미 언론에 보도됐다.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지에도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정 변호사를 추천한 경찰청과 최종 검증을 담당한 대통령실은 “자녀와 관련된 문제여서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차적으로 검증을 맡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김만배 씨의 변호에 참여한 전력도 있다. 대형 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을 변호한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으로서 경찰을 지휘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검증 과정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