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자영업자 덮친 고금리] 인하폭 가계대출의 절반 수준 은행 “경기 나빠 금리인하 어려워”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실제 금리 상승 폭이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서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도 가계대출 상품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에 새로 취급한 기업대출의 평균금리는 연 5.21∼5.6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평균 금리(4.92∼5.32%)에 비해 0.3%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런 금리 격차는 금리가 급격히 오른 지난해 하반기(7∼12월)에 은행들이 기업대출 금리를 가계대출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한 결과다.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7월 연 3.88∼4.20%에서 12월 4.86∼5.82%까지 올랐다. 반면에 같은 기간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3.94∼4.57%에서 4.77∼5.73%로 상승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가계대출보다 낮았던 기업대출 평균금리가 12월에는 가계대출 금리를 오히려 앞지른 것이다.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금리인하 압박이 가계대출에 집중됐던 데다 기업대출의 부실 우려 등도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대출은 고금리 상황에서도 비교적 위험도가 낮다”며 “반면 신용도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큰 기업대출은 최근처럼 경기가 나빠질 때는 금리를 쉽사리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자 부담 경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은행이 상생의 관점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고 기업의 담보물 가치도 더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