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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韓무기 지원땐 긍정적”… 韓-우크라軍 대민작전 논의

입력 | 2023-02-27 03:00:00

‘韓, 美에 포탄 수출’ 우회 지원 기대
“韓지도부 우크라 초청 논의” 밝혀
한미 군당국-우크라軍과 화상회의
종전후 재건 참여-파병 고려 관측



우크라 민군작전 세미나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23일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현지 민군작전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해 합참, 한미연합사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주한 우크라이나대사 트위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한국산 무기가 지원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산 포탄 추가 구매를 요청했고, 우리 정부가 미국에 155mm 포탄 수만 발을 추가로 수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을 3490억 달러(약 457조 원)로 추산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


● 젤렌스키 “韓 지도부 초청도 논의 중”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이 훌륭한 나라에 관해 다른 나라들과 의논 중인 세부 사항들이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기 지원을 요청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최근 한미 간 진행 중인 포탄 수출 협의를 언급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 요청으로 포탄을 추가 수출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하고 미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한미 간 포탄 수출 합의 시 미군의 기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뒤 한국산 포탄으로 미군의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우회 지원’인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 지도부를 우크라이나에 초청할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국무총리의 한국 방문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국 관계에 굉장히 관심이 크다”며 한국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고위급 인사의 양국 방문과 관련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양국 간 논의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軍-우크라군, 민군작전 콘퍼런스 개최
우리 정부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26일 한미연합사에 따르면 캠프 험프리스(경기 평택 미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대사관과 한미 군 당국, 유관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군과 전시 민군작전을 토론하는 화상 콘퍼런스가 열렸다. 민군작전이란 전·평시에 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펼치는 인도주의 활동 등 대민작전을 뜻한다. 우크라이나군은 화상으로 연결해 콘퍼런스에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사 측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현지 민군작전 환경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전시 민군작전의 교훈을 얻고자 마련된 세미나였다”며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이 당장 우크라이나 현지 민군작전을 지원하거나 관여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날 콘퍼런스가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한 파병 가능성 등을 고려한 자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포탄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 역시 전후 재건 사업 참여에 대한 고려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의 참여 요청에 따라 우리 정부도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13일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인터뷰에서 “6·25전쟁 이후 한국의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