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대사
“그래, 꽃망울이 터질 땐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다/그렇지 않으면 왜 봄날이 더디 오겠는가?”
―카린 보위에 ‘그래, 아프기 마련이다’ 중에서
스웨덴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 중 하나로 알려진 카린 보위에(1900∼1941)의 ‘그래, 아프기 마련이다’의 첫 구절로, 1935년 출간된 시집 ‘나무를 위하여’에 실린 작품이다. 스웨덴에서 이 시구는 일상에서의 변화의 어려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 흔히 인용한다. 또한 10대 청소년 시기에 겪게 되는 불안과 격변의 시간에도 이 시를 연관 짓곤 한다. 어떤 이들은 이 구절을 사랑과 죽음의 신비에 대한 성찰로 보기도 하고, 혹은 이전 경험의 어떤 경계가 허물어지며 미증유의 모험에 자리를 내주는 결정적 순간으로 보기도 한다.
나의 한국인 지인들과 동료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이 겪은 엄청난 변화를 반추하는 것을 들을 땐 감동과 함께 겸허해진다. 전 세계에 영감을 주는 한국의 끊임없는 경제적, 민주적, 문화적 변화에 깊이 감동하는 한편 이러한 발전으로 인해 국민 개개인의 삶에 수반되었을 변화를 생각하면 겸허해진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그것에 적응하기란 늘 쉬운 일은 아닐 터이다. 약 100년 전 쓰인 이 시가 오늘날 한국에서도 모종의 울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말한다.
“이윽고, 최악의 상황이 오고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못할 때/나무는 환희에 찬 듯 꽃망울을 터뜨리고/꽃망울은 날아오르기 전 느끼던 두려움도 잊은 채/한순간 지극한 안도감을 느끼며, 그 신뢰감 속에 안식한다/세상을 창조하는 그 신뢰감.”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