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칼럼니스트·‘미치다 열광하다’ 저자
최근 우리나라가 직면한 큰 고민 중 하나가 인구감소 문제다. 국가 차원의 뾰족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방영되고 있는 ‘결혼 말고 동거’라는 TV 프로그램에 눈길이 갔다. ‘동거’의 제도적 허용이 저출산 문제 완화로 이어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희망적 미래는 인구감소 문제를 극복해야 펼쳐질 수 있다. 고부 간 갈등과 명절증후군 이야기가 여전한 지금의 상황은 그런 면에서 어떨까.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른 남녀가 만나 서른 살 전후의 나이에 결혼하고, 어느 날부터 한집에서 살며 서로에게 맞추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친다. 쉽지 않은 일이고, 일부는 ‘정신적 폭력’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혼을 둘러싼 가족제도도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결혼 말고 동거’ 프로그램을 보며, 프랑스의 가족제도 중 하나인 시민연대협약(Pacte civil de solidarite·PACS), 즉 ‘팍세’의 도입을 생각해보았다.
이제 팍세 제도는 젊은층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정착되었다. 팍세는 서로 간에 법적 구속력은 없는, 아내와 남편의 관계가 아닌 그야말로 동거의 관계이다. 누구도 구속하지 않으며 책임 또한 서로 묻지 않는다. 서로 애정이 식었다고 생각하면 행정기관에 간단히 신고만 하면 된다.
동거제도가 공식화되자 통계에 따르면 출산율은 높아지고 외도율은 훨씬 낮아졌다. 연애와 결혼의 중간쯤 되는 팍세 제도는 오히려 배우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다. 집안 살림처럼 여자들의 의무로 여겨졌던 것들로부터 조금은 해방된 제도라고 할까? 시집과 복잡하게 얽히거나 집안 문제로 냉전을 벌일 필요도 없다. 늘 연애커플처럼 예쁘게 지내는 경우들을 많이 보았다.
프랑스는 우리보다 먼저 인구가 줄어들고 동성애가 늘어나는 시대를 맞았고, 그에 발맞춰 조금 더 일찍 가족제도에 그것을 반영했다. 1999년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그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왔다.
결혼은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얽매임에서 오는 책임감과 압박감이 문제다. 특히 여성들이 동거제도를 통해 얽매임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된다면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두 사람의 애정의 결실로 아이를 출산하는 비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결혼 말고 동거’가 제기하는 젊은 커플들의 고민과 생각들은 시대적 이슈로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박소현 칼럼니스트·‘미치다 열광하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