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최후의 목표는 족구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드는 겁니다.”
야유회장이나 각종 모임 등에서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족구. 우리에게 친숙한 이 족구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뛰는 사람이 있다. 홍기용 대한민국족구협회장(52)이다.
홍 회장은 올해 8월 국내에서 첫 족구 세계대회인 ‘족구(JOKGU) 월드챔피언십(가칭)’을 열 계획이다. 이에 앞서 족구 세계연맹도 창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홍 회장은 “프랑스 체코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21개국이 대회 참가 의사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홍 회장의 계획대로라면 올해는 족구 세계대회 원년이 될 예정이다.
족구의 세계화 및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해 뛰고 있는 홍기용 대한민국족구협회장. 이원홍기자
족구는 1966년 국내 공군 조종사들이 비상대기 업무를 하면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고안됐다. 1968년 공군 장교들이 관련 규칙을 만들어 국방부에 상신, 국방부 장관 표창을 받은 것을 계기로 국내 부대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명확한 기록이 남아있는 국내 자생 스포츠다.
해외에는 족구와 비슷한 종목으로 풋넷(footnet)이 있다. 체코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족구처럼 발을 주로 사용해 공을 넘기는데, 국내 족구 규정은 무릎아래 부분과 머리만을 사용하도록 하지만 풋넷은 손만 빼고 전신을 사용할 수 있다. 족구는 오버네트를 허용하지 않지만 풋넷은 허용한다. 또 국내 족구 체전부에서는 2바운드 3터치를 기준으로 하지만 풋넷은 1바운드 3터치를 기준으로 한다.
홍 회장이 족구의 세계화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족구와 풋넷이 공통점이 많기에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고, 풋넷과 연계해 족구를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족구 선수들이 해외 풋넷 대회에 출전해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한쪽 손을 바닥에 짚듯 상체를 숙이며 발을 머리 위까지 들어 올려 풍차 돌리듯 내려 차는 ‘넘어차기’ 등의 화려한 족구 기술이 해외 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풋넷과의 연계가능성을 발견한 홍 회장은 “올림픽 진입의 꿈이 50년은 앞당겨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족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한국 정부 및 스포츠계의 역량이 더 해지면 족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진입하는 것이 꿈만은 아니라는 것이 홍 회장의 생각이다.
미주족구협회장을 맡았던 그는 국내로 돌아와 2021년 대한민국족구협회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족구가 세계화되면 태권도에 이어 다시 한국적인 것, K컬처의 위력을 세계에 떨치게 될 것이다. 족구화 등 관련 용품들을 수출해 산업적으로도 큰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 머물며 오히려 우리 것의 세계화 가능성을 눈여겨보게 됐다는 홍 회장. 그와 함께 족구가 세계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