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한 3월, 전시회로 발길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안 보고 지나치면 반드시 후회할 5곳의 글로벌 작가 전시를 모았다.》
01 ‘마야 린:Nature Knows No Boundaries’
마야 린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제공
마야 린은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내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특히 2009년부터는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에 대한 성찰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미국 뉴저지의 죽은 침엽수를 맨해튼의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 옮겨 심은 ‘고스트 포레스트’ 작업이 대표적이다. 현재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진행 중인 국내 첫 개인전에서도 환경운동에 대한 그의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
02 ‘키키 스미스-자유낙하’
키키 스미스는 ‘신체’에 대한 표현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미국의 현대 미술가다. 고전적 느낌의 아름답고 매끈한 신체가 아닌, 비천하고 그로테스크한 신체를 묘사함으로써 기괴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주로 했다.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우리 신체가 가지는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미적인 신체에 대한 이상을 파괴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스미스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브젝트(abject)’다. ‘비천한’이라는 뜻의 아브젝트는 1980년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공포의 권력’이라는 저서에서 언급한 개념으로, 시체나 신체의 배설물이 유발하는 심리적인 혐오감을 의미한다. 아브젝트 미술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것들을 과시함으로써 문명사회의 질서를 교란하고 억압된 욕망을 밖으로 드러낸다는 의의를 지닌다. 키키 스미스가 그리는 신체는 아름답기를 거부한 채 추악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신체적 질서의 안정성에 도전하면서 사회적 금기에 대항하는 그의 미술을 통해 시각적 충격 이면에 소통의 영역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3월 12일까지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 관람료 무료
03 ‘마우리치오 카텔란:WE’
‘미술계 악동’이라 불리는 카텔란의 작품. 리움미술관 제공
‘미술계 악동’이라 불리는 카텔란의 작품. 리움미술관 제공
7월 16일까지 / 서울 리움미술관 / 관람료 무료
04 ‘무라카미 다카시:무라카미좀비’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오타쿠 문화’를 회화, 조각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하급문화를 순수예술로 끌어올린 일본의 현대 미술가다. 다카시의 예술은 ‘슈퍼플랫(Superflat)’이라는 한 단어로 집약된다. 슈퍼플랫은 다카시가 자신의 예술론을 설명하기 위해 이름 붙인 것으로, 고급문화와 저급문화,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사이의 구분이 ‘편평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쓰인다. 다카시는 고급문화보다는 대중문화가 일본적인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보았다. 일본의 하위문화로 분류되었던 오타쿠 문화를 재해석해 작품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이번 부산시립미술관 전시는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 원상 순으로 구성된다. ‘모노노아와레’라는 일본 고유의 미학을 이해한다면 이러한 전시 흐름을 한층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모노노아와레는 ‘어쩐지 슬프게 느껴지는 일’이라는 뜻으로, 인간과 자연의 가장 깊은 부분에서 일어나는 순화된 숭고한 감정을 의미한다. 이우환 공간으로 이어지는 다카시의 작품에서 모노노아와레의 응집체를 발견할 수 있다.
3월 12일까지 / 부산시립미술관 / 관람료 한시적 무료
정서연 와이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