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27일 경찰청에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2.27 뉴스1
“(거취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 내부에서 퇴진론이 나오는데 거취를 고민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윤 청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추천한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직에서 낙마한 것을 두고 ‘이제 용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윤 청장이 취임한 후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연말 보복인사 의혹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수본부장 낙마 사태를 두고 “추천권자로서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후속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공백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공모가 약 50일 걸렸는데 그것보다 빨리 진행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추천 단계에서 알았냐’는 질문에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또 윤 청장은 “경찰청은 인사검증 권한이 없어 검증 결과를 보고 받았을 뿐”이라며 “(정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 결과 ‘아무 문제 없음’으로 통보받았다. (유감 표명 이유는) 추천권자로서 최소한의 책임 차원”이란 취지로 답했다고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건영 의원이 전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원자 3명 중 2명은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통보받았고 1명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용퇴론’에 대해 윤 청장은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경찰 내부에선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경찰 실명 내부게시판 ‘폴넷’에는 “조직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서 소신있게 말 못하는 무능한 청장임을 인정하고 용퇴해야 한다”는 등 물러나라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또 경찰 내부에선 ‘국수본부장 검찰 출신 불가론’이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