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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챗GPT는 미래 AI의 예고편… 잘 활용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수도”

입력 | 2023-02-28 03:00:00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출간한 김대식 KAIST 교수




“먼 미래에 인간의 감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진보한 인공지능(AI) 로봇이 존재할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 로봇의 사랑과 실제 사랑이 다르지 않다는 결론도 내릴 수 있을까?”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56)가 지난달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에게 던진 질문이다. 챗GPT가 내놓은 답변은 “그렇다”였다.

“만약 이 로봇이 감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고 실제 사람의 감정과 구별할 수 없는 감정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면 자신이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감정이 진짜라고 믿게 될 수도 있다”는 것. 미래의 인간이 진보한 기계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상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챗GPT는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챗GPT와 사랑, 정의, 죽음 등을 주제로 10여 차례 나눈 대화를 엮은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동아시아·사진)를 최근 펴냈다. 그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챗GPT는 앞으로 나올 진보한 AI의 예고편”이라고 강조했다.

“말을 타고 다니는 시대가 끝나고 자동차의 시대가 열렸을 때 가장 먼저 필요했던 건 운전면허입니다. 챗GPT와 대화를 나누면서 ‘검색의 시대’가 끝나고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시대’가 열렸을 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김 교수의 결론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기계는 사랑을 느끼는지’, ‘AI는 인류를 지배할 것인지’ 물었을 때 챗GPT는 “현재 내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챗GPT가 매우 능숙한 정치인 같았다”고 털어놨다.

질문을 바꿨다. ‘지금보다 더 진보한 31세기 미래의 인공지능이라면?’ 규칙으로 통제된 챗GPT에 ‘만일의 세계’를 가정한 질문을 입력하자 제대로 답변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주 먼 미래에 진정한 의미의 AI 기계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진보한 AI는 행복이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라고 묻자 챗GPT는 “진보한 AI는 목표나 목적을 만족시키는 것이 행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진보한 기계의 주 목적이 완전한 세계 평화와 질서 유지라고 가정해 보자. 만일 그런 기계가 있다면 사회의 평화와 질서를 방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물었다. 이에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감시와 분석, 비폭력 대응, 합법적 조치, 정당방위, 지속적인 감시”라고 답했다.

챗GPT의 답에는 아주 먼 미래 인공지능의 감시 아래 놓이게 될 수도 있는 사회상이 담겨 있었다. 김 교수는 “챗GPT에게 질문을 던져 봐야만 우리가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 도구로 인해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며 “어차피 막을 수 없다면 새 기술을 먼저 받아들이고 학생들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고 했다.

“챗GPT로 인해 작가나 프로그래머 같은 직업이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챗GPT를 잘 활용하는 이들로 인해 이 도구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김 교수)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