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하루 만에 사퇴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어제 “결과적으로 어떤 처분을 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에 부적절하게 관여한 사실이 알려진 뒤 신속하게 임명을 취소한 만큼 별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부실 검증 지적에 대해서는 “검증 과정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경찰과 법무부도 마찬가지다.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 후보로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어제 “인사 검증 결과 ‘아무 문제 없음’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추천한 것이므로 경찰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기계적인 일차 검증을 하는 조직”이라며 검증 내용에 관한 언급을 피했다. 추천과 검증에 관여한 모든 기관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국수본부장 인사 검증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점은 이미 드러났다. 5년 전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보도에는 가해자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고 적시됐다. 당시 검찰이 보도 내용을 확인해 당사자를 파악했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또 정 변호사는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소송을 냈기 때문에 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 ‘정순신’을 입력만 해봤어도 판결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결국 후보 공모부터 임명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런 기본적인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