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연령 제한 두거나 편견적 발언… 동일한 노동에 임금 적게 주기도 노인들 불이익 당할까 대응 소극적 인권위 진정 제기해도 실효성 없어 고용부 “연내 法 개정해 구제 신청”
게티이미지코리아
나모 씨(62)는 올해 초 한 건설현장에 일자리를 구하러 갔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지인 소개로 갔는데 현장 담당자는 “60세 이하만 가능하다”며 채용하기를 거절했다. 그는 “대부분의 구인공고에서 나이 제한을 두기 때문에 60세 이상이 얻을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거의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하면 따면 되지만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충분히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자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고령자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들이 취업하거나 일하면서 나이 때문에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령자 10명 중 7명 “나이 많다고 차별”
전체 응답자 가운데 현재 일하고 있는 237명에게 물어보니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응답(45.6%)이 가장 많았다. 모집공고에 나이 제한을 두거나 면접 때 면접관이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편견적인 발언을 하는 식이었다. 기간제로 일하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계약 연장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직장 내 인사 배치와 전보·승진, 임금 책정, 퇴직과 해고 등에서도 나이가 많아 불이익을 당하는 일도 많았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을 깎거나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심층 면접에 참여한 한 고령 노동자는 “회사에서 나가라는 취지로 집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먼 곳으로 발령을 내고, 모르는 업무를 맡기며 직무교육도 충분히 안 해줬다”고 했다. 또 다른 면접조사 참여자도 “지원한 일자리에서 계속 연락이 오지 않을 때 나이 제한에 걸렸다 싶어 차별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러다 보니 점점 지원을 하지 않게 된다”고 털어놨다.
● 차별 구제 쉽게 바꾸고 사회 인식도 개선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서는 사업주가 모집·채용, 임금, 배치·전보·승진, 퇴직·해고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 노동자들은 나이 때문에 차별당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실태 조사에서 연령차별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령차별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거나 이런 차별에 대응해봤자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고용과 관련해서 나이가 많다고 차별받았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차별을 인정받기가 어렵고 인권위의 권고 자체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더 쉽게 연령차별을 구제받을 수 있도록 연내 법을 개정해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노동위에서 구제 결정을 내리면 바로 고용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하는 고령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령차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분쟁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구제 절차를 개선하는 동시에 나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으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가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