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타고난 잠순이인 필자도 자율신경계 장애를 앓게 되면서 불면의 고충을 겪었다. 잠을 잘 못 자면 다음 날 종일 피곤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충동성이 높아지고 쉽게 짜증이 난다. 자는 동안 각종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뇌에 저장되므로 학습이나 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진다. 수면은 특히 정신건강 유지에 중요하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 회복과 재발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
수면은 신체 건강에도 중요하다. 잠자는 동안 근육과 신경계가 이완되고 면역 기능도 회복한다. 남성의 경우 잠을 잘 자는 사람의 수명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5년 정도 길다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수면학회는 학령기 전 아동은 하루 10∼12시간, 학령기 아동은 9시간, 어른은 8시간 정도 자는 것이 좋다고 권장한다. 이에 ‘수면 위생’이라고 불리는 몇 가지 잠을 잘 자는 습관을 소개한다. 우선 잠자기 전에 실천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일어난다. 오후 10,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 8시까지 7, 8시간 동안 수면하는 것이 적당하다. 늦어도 자정 전에는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인다. 둘째, 잠자리에 스마트폰을 두지 않는다. 손 닿는 곳에 스마트폰이 있으면 이런저런 정보와 여흥의 바다를 헤매다가 취침 시간이 늦어진다. 완전한 분리가 힘들다면 전자책 리더 또는 명상 앱과 전자책 정도가 깔린 태블릿만 곁에 두는 것으로 분리 연습을 한다. 셋째, 오후 6시 이후에는 숙면을 방해하는 술과 카페인을 삼간다.
잠잘 때 기억할 수면 위생도 있다. 우선 빛을 최대한 차단한다. 안대나 암막 커튼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수면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방해하므로 수면 한 시간 전부터 사용을 자제한다. 두 번째, 명상하기다. 온전한 수면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이 잠들어야 가능하다. 명상은 정신을 잠잠하게 가라앉혀 잠들 준비를 하게 해준다. 앱이나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수면 명상 가이드를 따라 심호흡, 근육 이완 등을 누운 채로 하면 된다.
잠자리에 들 때쯤 오늘 했던 실수나 잘못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라며 자책하는 마음도 든다. 그럴 때 “그 정도면 잘한 거야” “내일은 더 잘할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자. 특히 “그래도 오늘 하루 잘 살았다”는 긍정과 감사의 마음이 중요하다. 감사의 마음은 시상하부를 활성화해 수면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수면 위생을 매일 실천해 나만의 잠자리 루틴을 만들어 보자. 다음 날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뿐 아니라 이른바 ‘수면투자’로 미래의 건강까지 챙겨줄 것이다.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2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7만3000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수면 정복 잠순이 요법’(https://www.youtube.com/watch?v=kQd2HxwE6iE)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