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밋 前 구글CEO 등 공동기고 “AI 의존땐 인간 비판 사고 저하 극소수가 AI기술 독점할 가능성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후텐로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15세기 서양에 인쇄술을 도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에 비유했다. 동시에 인간의 비판적 사고능력 저하, 소수 독점 등 AI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 등 세 사람은 25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를 통해 “인쇄술 발명 후 정보의 확산으로 중세가 지고 계몽주의 시대가 도래했듯, 생성형 AI의 등장은 계몽주의 이후 인간의 가장 큰 지적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쇄술이 현대 인류 사상을 풍부하게 했다면, AI 기술은 그 사상을 정교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2021년 ‘AI의 시대: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공동 집필했다. 당시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패권 전쟁의 승패 또한 AI가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I가 가져올 각종 부작용도 우려했다. 세 사람은 AI가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조작된 사실, 딥페이크(심층 합성 기술) 생산물 등을 학습함으로써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이 큰데도 적절한 통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I에 의존할수록 인간이 비판적 사고능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AI 기술을 만드는 데 최소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기에 극소수 대기업과 세계적 부호들이 이를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짚었다. 몇몇 강대국이 AI 개발을 위한 정보를 독점하는 등 국제사회의 양극화 또한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해법으로 “AI 기술의 결과에 도전할 수 있는 인간 본연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AI의 답변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AI의 답변을 평가하고 반문할 수 있도록 인간 또한 부단히 연습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