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1부 리그’ 격이 당 대표 선거라면, ‘2부 리그’는 최고위원 선거다. 언론의 관심은 김기현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가 극한의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1부 리그에 집중되고 있지만, 2부 리그 역시 당 대표 선거 못지않게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들이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전당대회 최고위원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영삼, 김병민, 조수진, 김용태, 정미경, 허은아, 태영호, 김재원 후보. 뉴스1
● “1인 2표+후보 난립, 최고위원 선거 예측 불허”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든 게 최고위원 선거 결과다.”네 명의 후보가 뛰어든 당 대표 선거는 약 84만 명의 당원이 한 표 씩을 행사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한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여기에 청년최고위원 선거가 별도로 있다. 결국 전당대회 투표에 나서는 당원은 당 대표 선거 1표, 최고위원 선거 2표, 청년최고위원 선거 1표 등 총 4표를 행사하게 된다.
최고위원 선거가 혼전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1인 2표라는 제도 때문이다.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김병민 김재원 민영삼 조수진 태영호(가나다순) 후보는 범친윤(친윤석열)계로, 허은아 김용태 후보는 비윤(비윤석열)계로 꼽힌다. 정미경 후보는 스스로 친윤, 비윤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가 혼전이라는 건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21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4명(국민의힘 지지자4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민영삼(14.8%), 김재원(13.6%), 조수진(13.1%), 태영호(9.2%), 김병민(9.1%), 김용태(8.7%), 허은아(6.4%), 정미경(6.0%) 후보 순으로 집계됐다. 1위와 8위의 격차가 8.8%포인트인 상황에서 후보들 간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천아용인’ 성적에 따라 與 지도부도 요동 가능성
최고위원 선거가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이준석 사단’의 천 후보가 결선투표 진출 뒤 역전을 노리는 건, 단 한 명만을 뽑는 당 대표 선거에서 2위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천 후보가 2위를 차지한다 해도 “어려운 도전으로 성과를 거뒀다”는 정치적 평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향후 당 지도부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최고위원 선거는 다르다. 청년최고위원까지 더해 5명의 최고위원 당선자 중 비윤 진영 후보가 포진할 경우 당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는 요동을 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비윤 진영이 단 한 명의 최고위원도 배출하지 못한다면 비윤 진영 자체가 소멸 될 수도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