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전격적으로 은행, 통신사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금융·통신은 공공재” “금융·통신 분야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라” 등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잇따라 나온 직후다. 정부는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독과점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금리, 통신요금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그제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카르텔조사국을 투입했다. 독과점을 통한 담합 등을 담당하는 카르텔조사국은 은행들이 작년에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과정에서 대출·예금 금리 담합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장감시국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의 요금체계, 지원금 등에 불공정한 거래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예전에도 은행권 금리담합 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가 빈손으로 끝낸 전력이 있다. 2012년에 당시 대출금리 기준으로 쓰이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지만 4년이 지나도록 구체적 증거를 찾지 못하고 2016년 심의 절차를 끝냈다. 통신 분야에선 지난 5년간 이동통신사, 계열사의 담합 등 6건을 조사했는데 증거를 못 찾고 4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고물가로 국민이 고통받는 가운데 큰 이익을 내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 통신사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출이자·통신요금 부담을 줄일 합리적 대안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특정 업종의 문제를 지목하고 ‘경제 검찰’ 공정위가 나서서 군기를 잡는 건 세계 10위권 경제에 어울리지 않는 후진적 구태다. 정부는 경쟁 당국인 공정위를 ‘물가 잡는 칼’로 쓰고 싶은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