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수색초등학교에서 열린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진단 관련 민생현장 방문 간담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 후 당 내에서 이어지는 사퇴론을 사실상 거부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가운데 강경파 친명계도 “이재명 사퇴 불가”를 주장하며 힘을 실고 나섰다. 이들은 “긴급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이 대표 사퇴 여부를 전(全) 당원 전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빌려 비명(비이재명)계의 사퇴 요구를 저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이 대표 본인이 참여하는 중앙위에서 사퇴 여부를 결정하자는 건 ‘꼼수’”라며 “또 ‘셀프 구제’ ‘셀프 방탄’ 논란을 일으킬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의원들끼리만 이야기해 풀려고 해서는 이 위기 상황을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긴급 중앙위원회를 열고 이 대표 사퇴 문제와 추가 영장 청구 문제, 김건희 특검법 등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위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들은 결정하고, 어떤 이슈를 전 당원 투표에 부칠지도 정하자는 취지다.
중앙위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 정책위 의장 등 지도부 전원과 상임고문 및 전국위원회 위원장 등 800명 이내로 구성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등 주요 현안을 앞두고 의원들만 참여하는 의원총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왔는데, 의총에서 총의를 모으고도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가 나온 만큼 중앙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의원들이 ‘당의 중심이 의원’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당의 중심은 당원”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비명계에선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결국 지지자들을 동원해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쳐내려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앞선 ‘당헌 80조’ 논란 때처럼 이 대표 본인이 포함된 중앙위에서 자신의 거취를 논하는 것을 두고 ‘셀프 구제’ 논란이 일 것이란 지적이다.
그는 “이 대표 사법 문제는 근본적으로 당 밖에서 일어난 일인데 이를 두고 전 당원투표를 하게 되면 본격 당 내부의 일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명계가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고 당의 다양한 의견을 듣지 않다 보니 결국 이번 투표 결과도 예상과 크게 바뀐 것 아니냐”라며 “이렇게 꼼수에 꼼수에 꼼수만 더하면 당이 ‘폭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친명계는 추가 체포동의안이 넘어올 경우에 대비해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자진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일제히 선을 그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국회) 회기 중에 국회의원에 대해서 체포를 하려면 (의원) 동의를 얻어야만 되는 것으로 헌법에 규정돼 있다”며 “(불체포특권은 이 대표) 개인이 포기하고 말고의 차원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비명계의 반발 기류로 봤을 때는 당론으로 정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당론으로 정할 필요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여부에 대해 “이 대표가 단독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당의 총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