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경찰서. 동아일보 DB
지난달 15일 제주에서 실종된 40대 장애인을 다음 날 서울 한 모텔에서 찾은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실종자의 노모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70대 노모는 아들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다 울먹거리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종자를 가족에게 인계한 뒤에도 남동생으로부터 ‘형을 찾아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 혼자 배 타고 목포로 간 40대 아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A 씨가 집을 나간 건 지난달 15일 오전 8시경이었다. A 씨는 가족들에게 집에서 약 10km 떨어진 병원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뒤 오후 7시가 넘어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가족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제주 동부경찰서 수사팀은 집 근처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며 A 씨의 동선을 추적했다. 강정효 제주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당시 A 씨의 휴대전화가 꺼져있어 위치 추적은 할 수 없었고, 밤이 되면서 목격자를 찾기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다음 날 오전 8시경,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켜진 걸 확인하고 곧바로 위치 추적을 실시했다. 그 결과 A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곳은 전남 목포였다. 경찰이 확보한 제주여객터미널 CCTV에는 A 씨가 전날 오후 4시 20분경 목포항 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목포항에 A 씨가 내린 건 확인했지만, 이후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휴대전화 전원이 다시 꺼진 탓에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제주 동부경찰서는 목포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고, 목포경찰서 실종수사팀은 지난달 16일 오전 11시 A 씨의 인상착의를 담은 실종경보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나경수 목포경찰서 경장은 “A 씨가 지적 장애가 있어 다른 범죄에 휘말리기 전에 빨리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 “서울까지 태워준 손님 같네요” 택시 기사의 결정적 제보
시민 제보를 기다리며 목포항 인근 숙박업소를 수소문하던 경찰은 실종경보문자 발송 4시간 만인 오후 3시경 한 택시 기사의 제보를 받았다. 목포항에서 출발해 서울 서초구에 내려준 손님이 실종경보문자에 적힌 인상착의와 비슷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승객이 정확한 목적지도 말하지 않고 다짜고짜 서울로 가자고 한 게 다소 이상했지만, 택시비를 낼 여력이 있는 것 같아 일단 서울로 출발했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A 씨를 서울 서초구 양재파출소 근처에 내려줬고, A 씨는 택시비 38만 원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택시 기사의 제보를 전달받은 제주 동부경찰서는 이번엔 서울 서초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다. 서초경찰서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시도하며 A 씨가 택시에서 내린 양재파출소 근처 숙박업소에 전화를 돌리던 중 극적으로 A 씨가 묵고 있던 호텔을 발견했다.
제주, 목포, 서초까지 경찰서 3곳의 발 빠른 공조로 지적 장애가 있는 A 씨는 실종 하루 만에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이번 수사를 맡았던 경찰들은 모두 “당연한 일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