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15개 도시서… 공포 확산 히잡 시위에 여성 향한 보복인 듯
지난해 9월 ‘히잡 의문사’를 계기로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여학생들을 노린 ‘독가스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여학교를 폐쇄하려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테러의 배후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 인근 파르디스의 카얌 여학교에서 호흡 곤란, 어지럼증, 구토 증세를 호소한 여학생 3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학생들은 독성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며, 중독 증세가 나타나기 직전 썩은 생선 냄새 등을 맡았다고 한다.
여학생들을 노린 독가스 테러가 처음 파악된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콤에서다. 이곳에는 보수 성향의 성직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3곳의 여학교에서 테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들은 병원 치료 이후에도 수일간 어지럼증과 팔다리 마비 증세를 호소했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공포에 떨며 학교 수업의 온라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간 이란 내 최소 15개 도시 30여 개 학교가 공격을 당해 7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과거 이란에선 여성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여성의 교육권을 겨냥한 공격은 없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히잡 착용 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여성의 교육권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이번 가스 테러가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이 은밀한 맞대응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이란인권센터(CHRI)의 하디 가에미 국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 전반에 퍼진 근본주의 사고가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