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軍겸직, 당사자들도 갈려 “시간조정땐 가능” “봉사하는 자리” 구민은 “황당하다” 비판 더 많아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서울 지역 기초의원 가운데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이가 총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한 명인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31·무소속)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의정 활동을 하면서 군 대체복무(사회복무요원)를 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청년층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출산, 군 복무 등의 사례가 늘어날 것인 만큼 선제적으로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병역 미필 의원 사이에도 의견 갈려
먼저 논란의 당사자인 김 의원은 “국회에선 2021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출산 후 2개월 동안 재택근무한 전례가 있다”며 “군 휴직 제도도 없는 상황에서 겸직마저 불허하면 사실상 2030 청년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도 “의정 활동은 출퇴근이 엄격하게 정해진 게 아니어서 시간만 겹치지 않게 조정한다면 겸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은 “선출직은 유권자의 신임을 바탕으로 봉사하는 자리”라며 “겸직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지난해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된 김 의원은 ‘군 복무 중 정당 가입 금지’ 규정에 따라 탈당하고 양천구시설관리공단에서 겸직 허가를 받아 주차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병무청이 ‘겸직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공단은 지난달 27일 겸직 허가를 취소했다. 김 의원은 겸직 허가 취소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구의회 의장이 김 의원에 대해 ‘병역 휴직’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 경우 의정 활동을 안 하면서 의원직 신분만 유지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 주민들 “황당하다”, 전문가 “규정 정비해야”
강서구 주민 사이에선 겸직을 비판하는 의견이 더 많다. 강서구 염창동에 거주하는 박윤주 씨(26)는 “사회복무요원과 의원직을 같이하는 게 구를 위한 일인지, 본인을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구민으로서 황당하다”고 했다. 강서구 마곡동에 사는 A 씨(23)는 “같은 구가 아니라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는 구의원에게 공무원들이 편하게 일을 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앞으로 청년층 정치 참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군 복무 등의 사유가 의정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한 경우 출마 자체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의원직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겸직 금지 조항을 손봐 군 대체복무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강보인 채널A 기자
곽민경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