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 재개 작년 9월부터 증가 대검 “영장 발부되게 만전” 지침 ‘가짜 장애인 노조’로 돈 뜯기도
지난해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무실에서 건설노조 관계자들이 소속 노조원 채용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노조가 사용자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지난달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연합노조연맹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승조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은 2020∼2022년 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1억 원 넘는 금품을 뜯어낸 혐의(공동공갈, 공동강요)로 지난달 28일 구속됐다. 이 위원장은 노조 운영비 수십억 원을 빼돌려 아파트 등을 산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중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전국연합노조연맹 위원장에 선출됐지만 결국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조 불법을 방치하면 국가라 할 수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엄단을 지시한 가운데 이 위원장처럼 건설노조의 금품 갈취 및 채용 강요와 관련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8개월간 건설노조의 금품 갈취, 채용 강요 혐의 관련 구속 건수는 27건으로 집계됐다. 노조원 폭행 등의 사건은 제외한 수치다.
이에 대검은 일선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한편 “건설노조 사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는 담당 검사가 직접 들어가 영장이 발부되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후 검찰 수사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달 허위 장애인 노조를 내세워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낸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 간부 출신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장애인이 한 명도 없는 가짜 장애인 노조를 만들어 건설업체들로부터 노조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3400만 원을 뜯어낸 혐의(공동공갈, 업무방해)를 받는다.
이들은 실제로 장애인들을 채용시킬 의사가 없으면서도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내세워 장애인 채용을 요구했는데 건설업체들이 채용에 난색을 표하자 인건비와 노조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특정 건설업체는 장애인을 채용해 미화작업 업무를 맡기겠다고 제의했는데 이들은 이를 거부하고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서 불법 공갈 행위를 저지르며 노조 전임비나 발전기금 액수를 부풀리는 경우가 빈번하고 허위 장애인 노조를 만드는 등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며 “건설현장 불법 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