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산악회 선배 정영목 이사 팀 꾸려 실종이후 4번째 수색 나서 朴대장 부인도 지원팀으로 동행
고 박영석 대장의 시신을 찾기 위해 1일 네팔로 떠난 정영목 박영석산악문화진흥회 이사(왼쪽)가 2000년 5월 마칼루 등정에 성공한 뒤 산을 내려온 박 대장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뒤로 마칼루산이 보인다. 정영목 박영석산악문화진흥회 이사 제공
2000년 5월 15일 동국산악회 출신의 한 산악인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마칼루(해발 8463m) 등정에 성공했다. 베이스캠프에서 무전으로 이 소식을 들은 산악회 선배가 후배를 마중 갔고 6200m 높이의 설원에서 마주했다. 검은 암석과 가파른 경사 때문에 ‘검은 귀신’이라 불리는 산이지만 구름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마칼루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이 선배는 그때를 잊지 못한다. 세상에 난 것도, 동국대에 입학한 것도 10년이나 앞섰지만 세상과 먼저 작별한 건 후배였다. 올해로 일흔이 된 선배가 12년 전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남벽에서 실종된 후배의 시신을 찾으러 떠났다.
이번 수색대에는 정 이사와 대원 3명, 지원팀 6명 등 모두 10명이 함께했다. 산악 장비는 강성규 대원(56), 식량 보급은 강철원 대원(55)이 맡았다. 산악작가인 김헌상 대원(54)은 이번 수색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박 대장의 아내 홍경희 씨(60)도 지원팀으로 네팔행 비행기에 함께 올랐다.
정 이사는 “전체 수색 일정은 17일로 잡았는데 박 대장을 찾게 되면 수송 헬기도 불러야 하고 해서 일정은 더 길어질 것”이라며 “귀국하는 날짜가 예정된 18일보다 더 늦어지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또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했던 박 대장의 정신이 이번 수색을 계기로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8000m 이상 히말라야 14좌,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 모두 등정)을 달성한 박 대장은 2011년 10월 안나푸르나에서 새 루트를 개척하던 중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