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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他노조 권리 침해땐 형사처벌 받게 할것”

입력 | 2023-03-02 03:00:00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
“경영방해 행위도… 노조법 개정”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이 “포스코 노동조합 사례처럼 징계나 협박으로 상급 노조 탈퇴를 방해하거나, 건설노조의 월례비처럼 부당한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를 입법으로 규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다른 노조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사용자의 경영 활동을 방해해도 지금까지 처벌이 어려웠지만 앞으로 이를 형사처벌할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노조가 다른 노조 또는 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거나, 폭행 협박 강요 등으로 사용자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면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소속 포스코지회는 ‘민노총 탈퇴’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이 장관은 노조 회계 공개에 대해 “노조가 스스로 회계를 공시하면 보조금 지원, 세액공제 등 혜택을 줘 자율 공시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다만 횡령, 배임 등으로 문제가 된 노조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공시를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노조 스스로 회계 공시하면 인센티브… ‘노동’이 3대개혁 핵심”



이정식 장관 인터뷰

“노조간 경쟁 격화, 불법 행위 잦아
사회적 혜택 받는 노조 책임도 져야
노동개혁, 연금-교육개혁과 밀접
노란봉투법보다 제도 개선이 우선”



● “사회적 혜택 받는 노조, 책임도 져야”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노조에서 탈퇴할 것을 강요하거나, 노조 활동을 방해하면 ‘부당 노동행위’로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받는다. 하지만 반대로 노조의 경우 주로 파업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만 처벌받도록 돼 있다.

이 장관은 “복수노조 허용(2011년) 이후 노조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노조가 다른 노조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거나, 사용자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폭력으로 방해하는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사례로 든 포스코 노조의 경우 지난해 11월 상급단체인 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려 하자 금속노조가 탈퇴를 주도한 지도부를 제명하는 등 이를 방해했다. 고용부가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지만 금속노조를 처벌할 규정은 마땅치 않다.

또 건설노조가 사용자에게 ‘월례비’ 같은 부당한 금품을 요구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 노조라는 ‘단체’가 법인인 ‘기업’을 상대로 저지르는 불법 행위에는 형법상의 강요, 폭행, 협박 죄 등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노조법 개정이 현실화되면 이런 사례를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 업무상 과실치사로 사용자를 처벌하기 쉽지 않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무실에서 건설노조 관계자들이 소속 노조원 채용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노조가 사용자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제공 

최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노조 회계 투명화와 관련해서 이 장관은 “노조의 핵심 가치는 민주성과 자주성이고, 그 핵심 가치의 근간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9월경 구축될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많은 노조가 참여하도록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는 각종 민형사상 면책(합법 파업 등)과 정부 지원사업을 통한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혜택은 다 받고 회계 투명성만 예외라는 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조 자율성 침해’라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공시 활성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노조 스스로 회계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 등을 시행령에서 명확하게 규정할 계획이다.


● “노란봉투법 대신 관행-제도 개선해야”
이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연금개혁을 하려면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교육개혁 역시 청년 일자리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개혁이 노조 회계 문제에만 너무 쏠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등 굵직한 노동개혁 로드맵도 발표했다”며 “파견법 개선 등의 새로운 과제들도 논의해가겠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며 “노동개혁이 현 정부 3대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 장관은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에 대해 “노조법은 노동3권, 근로조건 개선, 쟁의 조정 등 여러 가지가 얽혀 있는데 2, 3조만 고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우려했다. 특히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노사 간 갈등 해결 방식 같은 관행이 원인”이라며 “사용자가 이를 악용하면 부당 노동행위로 처벌하고,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임금체계 개편 같은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는 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노동계와의 대화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노동계 출신으로서) 누구보다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가 먼저 출발했지만 노동계가 준비되면 언제든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나중에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