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가산금리 인하 여지있어” 당국 압박에…은행권 ‘난감’

입력 | 2023-03-02 05:09:00

ⓒ News1 DB


금융당국의 잇단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의 긴축이 장기화할 경우 가산금리 조정만으로 대출금리 인상세를 부여잡기는 역부족이란 성토가 나온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수장들은 연일 은행권의 대출금리 가산금리 조정에 여력이 있다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방송에 출연해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대출금리의 원가가 되는 코픽스 금리라든가 자금 조달 금리가 안정된다”며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출 경우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거나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월 “대출금리 가산금리 조정에는 어느 정도 은행 재량이 있는 부분이 있다”며 “과도한 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에 대해 개별 은행이 살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중에서도 ‘가산금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있다. 은행은 시장금리에 자체적으로 책정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차주별 우대금리를 빼서 대출금리를 정한다. 그런데 이중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시장금리가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 조정에 신호를 보내는 분위기다.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은 타행과의 금리 경쟁력, 상품별 인하 여력 등을 살피며 가산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지 살피고 있다. 최근에도 KB국민·우리은행 등이 대출금리를 낮출 때 가산금리를 내리는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가산금리 인하 여력이 사실상 바닥에 와 있다는 성토가 이어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인하 얘기가 계속 나오니 은행들이 검토하는 분위기긴 하지만, 계속되는 압력으로 가산금리를 최대한 끌어내린 상황이라 거의 바닥에 와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리대가 다소 높았던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은행들은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물줄기인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면 가산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를 잡는 효과는 ‘일회성’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현 시장금리는 한국보다도 미국의 기준금리 움직임을 크게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과 관계없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세가 이어지면 시장금리가 오르고, 그 후속으로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이복현 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기준금리가 동결된 지난달 23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최근 국제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금리는 오르고, 가산금리는 하락조정되는 영향으로 은행권 주담대 평균금리는 4~5%대 ‘박스권’에 진입했다. 지난달 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53~6.42%였다. 앞으로의 대출금리는 미국 기준금리 기조에 따른 시장금리 변동성이 견인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실업률이나 물가지수 등의 상황에 따라 시장금리가 움직이고, 대출금리 상황을 견인할 것”이라며 “현 금리대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만약 미국 경기 상황이 현저히 나빠지거나 호전된다면 현재의 금리대에서 크게 변동될 여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