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가결 같은 부결’ 이재명 체포동의안 후폭풍…야권 텃밭도 몸살

입력 | 2023-03-02 11:26: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관련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2023.2.27.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턱걸이 부결’된 이후 야권 텃밭인 광주전남에도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민주당 내 이탈표를 색출하려는 움직임에 확인되지 않은 ‘살생부’까지 돌면서 지역 정가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2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최소 38표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297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으나 찬성 표가 더 많아 ‘가결 같은 부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이 전원 참석한 점을 고려하면 최소 31명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고 여기에 친 민주당 성향 무소속 6명과 체포동의안 반대 입장을 밝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합치면 총 176표의 반대표가 나와야 하지만 138표에 그쳐 최소 38명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비밀투표임에도 표결 직후 온라인에서는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원들의 명단이 ‘더불어민주당 낙선 명단’ ‘수박 명단’ 등의 살생부로 퍼졌다.

낙선 명단에는 ‘우리 지지자들은 오늘 여러분이 한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며 총 44명의 의원 얼굴 사진과 이름, 지역구, 전화번호 등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광주·전남 국회의원 4명도 포함됐다. 비명(비이재명)계 그룹으로 분류된 ‘민주당의길’ 소속이거나 지난해 8월 ‘이재명 사당화’ 논란을 부른 당헌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들이다.

이 명단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은 “광주·전남에서 어떻게 표심이 이탈될 수 있느냐”는 항의성 문자나 전화를 받는 등 큰 곤욕을 겪고 있다.

급기야 이병훈 의원(광주 동남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부 매체에 밝힌 대로 저는 체포동의안에 반대 투표했다”고 공개하며 “진실과 거리가 먼 가짜 뉴스. 민주당을 갈라치는 분열 책동에 현혹되지 마십시오”라고 적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검찰 독재에 대한 항거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다”며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하나가 돼야 우리가 이긴다. 민주당답게 이기는 길을 가자”고 강조했다.

확인되지 않은 명단이 무분별하게 나돌면서 당 지도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강경파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와 활동중인 무소속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은 “시민들 눈에도 쉽게 보이는 일부 의원들, 지도부는 과연 얼마나 정성 들여 설득했는지 묻는다”며 “명백히 지도부의 노력 부족이다.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 의원은 “반성 방법은 하나다. 번뇌 끝에 기권과 무효를 선택했던 이들을 확실하게 끌어안아야 한다”며 “병가지상사,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주권자 시민을 믿고 단결하면 결국에는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