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왕립축구연맹 회장 인터뷰
“골을 많이 넣어서가 아니라, 경기마다 ‘투사’ 정신을 보여주는 손흥민(31·토트넘)이 한국 선수 중 내게 가장 깊은 감명을 준 선수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왕립축구연맹 회장(46)은 2일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전부터 한국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는 루비알레스 회장은 손흥민이 매경기마다 본인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손흥민은 스페인 라리가뿐만 아니라 어느 유럽 리그 클럽을 가더라도 팀 내에서 큰 역할과 동시에 다른 선수들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2일 동아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투사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손흥민과 황희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유럽 무대에 맞춰 진화하는 한국 축구와 선수들
루비알레스 회장이 한국 축구에 유독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한국 선수들은 국내 리그에서 잘 다져진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며 “하지만 이전에 다져진 기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유럽 진출 이후에 유럽 방식에 맞춰 탈바꿈하며 발전하는 것이 정말 놀랍다”고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손흥민 외에도 이탈리아 세리에A 김민재(27·나폴리), 라리가의 이강인(22·마요르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한국 축구 역사가 성장하며 선수들 역시 각자의 팀에서 최고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루비알레스 회장은 최근 이강인과 울버햄턴(잉글랜드)의 황희찬(27)에게 큰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본인이 극찬을 할 때 사용한다는 ‘투사’라는 표현을 황희찬에게도 사용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평소 울버햄턴에 스페인 선수가 뛰고 있어 황희찬을 유심히 봤는데, 황희찬의 투사적인 공격 스타일에 푹 빠졌다”며 “특히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넣은 역전골은 나를 매혹시켰다”고 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59)이 이런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으로도 내다봤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몇 차례 클린스만 감독과 만난 경험을 토대로 그가 한국 축구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한국 축구에 기여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결국 한국인이 사랑하는 사령탑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결과를 낼 때까지 계속된 비판에 시달렸던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77)처럼 클린스만 감독도 한국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본 것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대표팀을 성장시켜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를 다시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라리가의 인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뒤쳐지는 것을 인정하며 연맹과 라리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시의 부재는 아쉽다”고도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메시라는 슈퍼스타 부재 아쉽지만 이것이 스페인 축구 숙제”
루비알레스 회장은 라리가를 포함한 스페인 축구 발전을 위한 고민도 털어놨다. ‘갈락티코’ 정책을 통해 전세계 슈퍼스타를 흡수했던 레알 마드리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 등을 통해 가장 많은 팬을 보유했던 라리가는 이제 그 위치를 EPL에 양보한 지 오래됐다. 특히 2004년 바르셀로나에 입단해 라리가의 인기를 끌어올렸던 메시마저 2021년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나면서 라리가의 인기는 이전보다 떨어졌다. 이와 함께 세계 최고 구단으로 군림하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에서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왕립축구연맹스페인의 축구 행정을 총괄하는 경기 단체다. 라리가의 컵대회인 코파 델 레이 등을 열고 여자프로축구, 청소년 대회를 주관한다. 또 스페인 축구대표팀을 산하에 두고 관리해 한국의 대한축구협회(KFA)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