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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했다간…” 이 대통령이 손으로 목 그은 이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3-03-11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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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는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One year later, Kyiv stands, and Ukraine stands. Democracy stands. Americans stand with you, and the world stands with you.”

(1년이 지난 지금 키이우는 건재한다, 우크라이나는 건재한다. 민주주의는 건재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맞설 것이다. 세계가 우크라이나 함께 맞설 것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짧은 구절 안에 ‘stand’라는 단어가 다섯 번 나왔습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tand’는 ‘서다’라는 뜻 외에 ‘참다’ ‘맞서다’라는 뜻으로 더 많이 씁니다. “I can’t stand it anymore”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다”가 아니라 “못 참겠다”라는 뜻입니다.

대통령이 한창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 간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우크라이나에는 미군이 주둔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 컸습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갈까 말까를 두고 고민을 해왔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방문의 위험성을 설명하면서 “heads-up”(헤즈업)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Moscow was given a heads-up”이라고 했습니다. 조종사가 전방의 위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다’에서 유래한 ‘heads-up’은 ‘사전 통보’라는 뜻의 외교 용어입니다. 혹시 모를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러시아에 이번 방문에 대해 미리 알렸다는 뜻입니다.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개입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이전에도 전쟁지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적지 않습니다. 전장에 간 대통령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1952년 한국전쟁 중에 방문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최전방에서 미군들과 식사하는 모습.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 shall go to Korea.”
(내가 한국에 가겠다)

대통령의 전장 방문은 예고 없이 이뤄집니다. 경호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surprise visit’(깜짝 방문), ‘secret visit’(비밀방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2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 땅을 밟기 전부터 “한국에 가겠다”라고 수차례 공언했습니다.

당시 대선에서 한국전쟁은 최대 이슈였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한 해리 트루먼 행정부에 여론은 비판적이었습니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아이젠하워가 “I shall go to Korea”라는 공약을 내걸자 국민들은 환영했습니다. “내가 직접 한국에 가서 전쟁을 끝낼 방안을 찾겠다”라는 의미였습니다. 지도자의 결단력을 보여주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대선에서 이긴 아이젠하워는 정식 취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당선자의 신분으로 한국에 갔습니다. 11월 말의 추운 날씨에 거침없이 최전방까지 진출해 작전 보고를 받고 군인들과 어울려 식사를 했습니다. 당시 착용했던 공군 점퍼는 지금까지 아이젠하워 박물관에 전시돼 있을 정도로 히트 패션 아이템이 됐습니다. 그는 귀국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United States would have to prepare to break the stalemate(미국은 교착상태를 깰 준비를 해야 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휴전으로 귀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8개월 후 정전협정이 체결됐습니다.

2003년 추수감사절 때 이라크를 방문해 미군들에게 칠면조 고기를 나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 홈페이지

“No calls, got it?”
(전화 통화는 안 돼. 알겠나?)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장을 가장 많이 방문한 대통령입니다. 이라크에 4번, 아프가니스탄에 2번 갔습니다. 가장 위험한 방문은 2003년 추수감사절 때 이라크 첫 방문이었습니다. 당시 이라크는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였습니다.

대통령의 해외 방문에는 기자들이 따라가는 것이 관례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동행 기자들이 방문 정보를 누설할 가능성을 염려했습니다. 방문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면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주둔 미군들까지 이라크 반군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에어포스원이 출발하기 전 활주로에서 기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비행기 엔진 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안 들리자 손신호를 보냈습니다. 첫째 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뻗어 귀에 댄 뒤 목을 긋는 시늉을 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나중에 자서전에서 “전화를 걸면 끝장이다”라는 손신호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해진 보도 시간 전에 회사에 연락해 기사를 부르지 말라는 의미였습니다.

미국인들이 즐겨 쓰는 “get it”과 “got it”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시제의 차이가 아니라 어감의 차이입니다. 둘 다 ‘understand it’(알다, 이해하다)이라는 뜻입니다. ‘get it’은 ‘잘 알겠다’라는 긍정의 의미입니다. 방금 상대방이 해준 설명을 온전히 이해했을 때 “oh, I get it”(아, 알겠다)이라고 합니다. 반면 ‘got it’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부정의 의미가 강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꾸중을 한 뒤 “내 말 알겠어?”라고 다그칠 때 “you get it?”이 아니라 “you got it?”이라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전화하지 말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므로 “got it?”이라고 했습니다.

이라크 현지에서 부시 대통령은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추수감사절 식사에 모인 군인들 앞에서 부대장은 “최고 선임자가 감사 기도를 해야 하는데 여기 나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나”라며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그러자 뒤편에서 부시 대통령이 “여기 있소”라며 깜짝 등장했습니다. 군인들의 환호에 부시 대통령은 눈물까지 글썽거렸습니다. 칠면조 고기를 나르느라 식사도 못 한 채 3시간 후 다시 에어포스원을 타고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1864년 전투가 벌어지는 포트 스티븐스를 방문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그린 삽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Get down, you damn fool!”
(빨리 몸을 숙여, 이 빌어먹을 바보야!)

1864년 남북전쟁 때 워싱턴 근교 포트 스티븐스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백악관 코앞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부하들의 피신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군 사기를 북돋우려고 직접 전장에 갔습니다.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교전 상황이었습니다. 195cm의 장신인 링컨 대통령은 표적이 되기 쉬웠습니다. 옆에 있던 백악관 군의관이 남부연합군의 총을 맞고 픽 쓰러졌습니다. 누군가 대통령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빨리 굽혀, 이 바보야!”

‘damn’은 ‘빌어먹을’이라는 뜻의 비속어로 다음에 나오는 단어를 강조할 때 씁니다. 아무리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대통령을 향한 심한 욕설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백악관은 발설자 추적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북군 부대를 통솔했던 올리버 웬델 홈스 주니어 대령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습니다.

홈스 대령은 제대 후 사법계를 주름잡는 연방대법관이 된 인물입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법률가가 대통령을 향한 불경스러운 욕설의 주인공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는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옵니다. 한편 링컨 대통령은 포트 스티븐스 전투에서 간발의 차이로 총알을 피했지만 9개월 후에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남북전쟁이 끝나고 6일 후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던 중 피격당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명언의 품격

1941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 미국 상원 홈페이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이 일본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공습 소식은 미국을 불안에 몰아넣었지만 기뻐한 나라도 있습니다. 영국입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자서전에서 “공습 소식에 축배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 영국은 나치에 홀로 맞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처칠 총리는 진주만 공습 2주 후 워싱턴을 찾았습니다. 백악관에 짐을 푼 처철 총리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긴급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3주간이나 태평스럽게 머물렀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미국에서 맞고, 플로리다에 여행까지 다녀왔습니다. 곧 갈 줄 알았던 손님이 계속 버티고 있자 루즈벨트 대통령과 부인 엘리너 여사 사이에 부부싸움까지 벌어졌습니다.

처칠 총리의 의도는 영국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해 참전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상하원 의원들이 모인 합동회의에서 기념비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지난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했던 지지 요청 연설의 시초가 처칠 연설입니다. 처칠 총리가 명연설가라는 것을 알고 있던 미국인들은 라디오 앞에 모여 연설에 기울였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입니다.

“What kind of a people do they think we are?”
(저들은 우리가 도대체 어떤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미국과 영국을 하나로 묶어서 ‘a people’(민족, 국민)이라고 했습니다. 양국이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they’는 선전포고도 없이 공격을 감행한 일본을 가리킵니다. “연합군이 이런 공격을 받고도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약간 변형돼 “who do you think you are?”(너는 네가 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는 뭐가 그리 잘났냐”라는 의미입니다. 상대의 기를 꺾고 싶을 때 하는 말입니다.

처칠 총리의 연설이 끝나자 승리의 ‘V’자가 쏟아졌습니다. 연합군의 주도권은 미국에 내줬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아낸 것만으로도 영국에게는 엄청난 성과였습니다. 미국을 접수한 처칠 총리는 여유롭게 영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영국 언론은 “처칠의 미국 방문은 전쟁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나중에 처칠 총리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It is fun to be in same decade with you.”(당신 같은 사람과 한 시대에 살 수 있어서 즐겁다)

실전 보케 360

2011년 워런 버핏이 백악관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얘기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억만장자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투자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서한이라고 하지만 실은 1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보고서입니다. 미국과 세계 경제 전망, 투자 실적 등이 종합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It takes just a few winners to work wonders.”
(몇 개의 승자가 기적을 낳는다)

버핏은 버크셔헤서웨이의 투자 실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wonder’는 동사와 명사로 많이 씁니다. 우선 동사로 썼을 때는 “I wonder” 형태로 “궁금하다”라는 뜻입니다. 만약 뒤에 “if you could”가 나오면 예의를 갖춰 부탁하는 것입니다. “I wonder if you could help me”는 “나 좀 도와주실래요”라는 부탁입니다.

명사로 썼을 때는 ‘경탄’ ‘경이’라는 뜻이 됩니다. ‘work’와 ‘wonders’가 결합하면 ‘경탄을 만들어내다,’ 즉 ‘놀라운 성과를 내다’라는 뜻입니다. 광고 문구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this cream will work wonders on your skin”이라고 하면 “이 크림 덕분에 당신의 피부는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버핏은 “모든 투자 종목이 잘 되기는 힘들다”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몇 개의 승자 주식이 월등한 성과를 내면 된다”라고 합니다. 버크셔해서웨이에게는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이 그런 효자 주식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2018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백악관 홈페이지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10월 16일 소개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에 관한 내용입니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외교 비화를 다룬 회고록을 출간했습니다. ‘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한 치도 물러서지 마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이라는 긴 제목의 회고록입니다. 여기에는 북한에 관련된 내용도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때 북미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을 자주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8년 10월 16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81016/92411316/1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성과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gangster”(강도) 취급을 당했던 3차 방북 때보다는 낫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방북도 별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It’s like you are standing at the altar.”
(당신 꼭 결혼식 제단에 서 있는 신랑 같다)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이런 농담을 건넸습니다. ‘altar’(얼터)는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주례 앞에 서는 제단을 말합니다. 먼저 입장해 제단에서 신부를 기다리는 신랑의 기분은 긴장도 되고 기대도 큽니다. ‘stand at the altar’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부푼 상태를 말합니다. 나워트 대변인이 정말로 폼페이오 장관이 새신랑처럼 보여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닐 겁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온갖 지시를 내리고 통제했습니다. 북한의 간섭에 지친 폼페이오 장관에게 전하는 위로가 아닐까요.

“Brilliantly selling the same horse twice.”
(똑같은 말을 멋지게 두 번 팔아넘기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제안했습니다. 이미 5월에 풍계리 실험장을 폭파한 북한이 이번에 사찰을 제안한 속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그런 비판자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북한의 전략을 ‘같은 말을 두 번 파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북한 쪽에서 보면 ‘sell’이지만 반대편 처지에선 ‘buy the same horse twice’가 됩니다. ‘똑같은 거짓말에 계속 속다’라는 뜻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비밀리에 핵능력을 확장하는 북한에 대해 “I’m tired of buying the same horse twice”(똑같은 거짓말에 계속 속는 것도 지긋지긋하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