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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2’를 아시나요?”…길티 플래저 같은 ‘목버스터’의 세계[이승미의 연예위키]

입력 | 2023-03-03 17:00:00


‘트랜스포머’와 ‘트랜스포머’의 목버스터 영화 ‘트랜스모퍼’

몸에 나쁜 줄 알지만 끊을 수 없는 불량식품 같은 영화들이 있다. 거대한 자본과 화려한 스타들이 총동원된 매끈한 웰메이드 영화들과는 정반대에 있는 어설프고 허술하기 그지없는, 일명 ‘B급 영화’들이다. “어디 가서 자신 있게 좋아하는 영화!”라고 외치긴 힘들지만 방구석에서 과자를 먹으며 계속해서 보게 되는 게 B급 영화의 매력이다.

‘B급 영화’ 중에서도 B급으로 취급 받는 장르가 목버스터(Mockbuster)에 빠져보자. 조롱하다는 뜻의 ‘mock’과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합성어로 극장 개봉이 아닌 DVD 등 2차 부가 판권 시장을 겨냥해 유명 영화를 패러디해 적은 제작비로 단기간에 찍어내는 영화를 말한다

‘타이타닉’과 ‘타이타닉’의 목버스터 영화 ‘타이타닉2’


○들어는 보았나 ‘타이타닉2’?
내용까지 패러디한 목버스터 영화들의 경우는 양반(?)이다. 유명영화의 제목만 패러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곧세우마 금순아’, ‘번지점프중에 하다’ 등 인기 드라마나 영화 등을 제목을 교묘하게 바꾼 민망한 국내 몇몇 에로영화들도 목버스터에 속한다.

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좌지우지 하는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은 목버스터 시장까지 탄탄히 자리 잡고 있다. 목버스터만 제작해 의외로 괜찮은 수입을 내고 있는 영화사들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영화사가 나름 탄탄한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는 ‘어사일럼’이다.



로봇 액션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의 목버스터인 ‘트랜스모퍼’가 어사일럼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인간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로봇들에 맞서는 용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CG부터 액션까지 영화의 퀄리티는 보고 있기 부끄러울 정도지만 마니아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2편까지 만들어졌다. 또 다른 대표 로봇 액션이 ‘퍼시픽 림’을 패러디한 ‘애틀랜틱 림’도 2편까지 만들어 내놨다.

묠니르 대신에 돌망치는 드는 토르가 등장하는 마블스튜디오의 히어로 ‘토르’의 목버스터 ‘올마이티 토르’, 윌 스미스 등이 출연했던 디즈니의 ‘알라딘’을 패러디한 ‘알라딘-램프의 신’도 만들었다. ‘셜록 홈즈’의 목버스터로 만든 ‘셜록 홈즈-비밀의 열쇠’에는 뜬금없이 공룡과 괴생물체가 등장한다.

명작 ‘타이타닉’의 목버스터에는 무려 ‘타이타닉2’라는 제목을 달아 마치 후속편이라는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2편이라는 뜻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배 이름이 ‘타이타닉 2호’라는 뜻인데도 말이다. 타이타닉 2호가 커다란 빙하와 엄청난 쓰나미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으로 말도 안 되는 CG와 배우들의 발 연기가 일품(?)이다.
○확실한 길티 플레저

‘샤크 스톰 시리즈

어사일럼이 목버스터만 만드는 건 아니다. 식인 상어를 다룬 오리지널 영화를 시리즈로 연이어 내놨는데, 나름 B급 영화팬들이 꼭 챙겨보는 시리즈 중 하나로 정착했으며 일부 영화 팬들에게는 욕하면서 보는 ‘길티 플레저’로도 취급받고 있다.

2009년 거대 식인 상어와 문어가 싸우는 ‘메가 샤크vs자이언트 옥토퍼스’를 내놨고 이후 식인 상어가 공룡, 또 다른 식인상어, 거인 등과 싸우는 ‘메가 샤크’ 후속편을 연이어 내놨다.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식인 상어를 등장시키는 또 다른 시리즈물도 있다. 2021년 머리가 두 개 달린 식인 상어가 등장하는 괴수물 ‘더블 샤크’를 내놨으며 이후 머리 개수를 점점 늘려가 ‘메가 몬스터 샤크’, ‘메가 헤드 샤크’ 등을 선보였다.

어사일럼의 상어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건 ‘샤크 스톰’이다. 식인 상어들이 빨려든 토네이도가 LA를 덮치면서 벌어지는 내용의 첫 번째 영화 2013년 ‘샤크 스톰’이 특유의 병맛 감성과 높은 잔혹 수위로 미국 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두자 2014년 9월 무려 국내 ‘극장 개봉’까지 했다. 20여 관에서 상영해 1311명을 모았다. 인기에 힘입어 ‘샤크 스톰’ 시리즈는 2018년까지 무려 6편이 만들어졌으며 토네이도에 휘말린 상어들이 하다하다 우주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