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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대출자, 금리 하락에 한숨… 갈아타려니 수수료 폭탄

입력 | 2023-03-03 03:00:00

주담대 금리, 작년 10월 정점 올라
넉달새 5.7%→5%대 초반 떨어져
4억 대출땐 연 150만원 더 내는 셈
중도상환땐 수수료 550만원 ‘부담’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10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로 4억 원을 빌렸다. 당시 금리가 5.7%였지만, 현재는 금리가 5%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요즘 통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고정금리 대출자보다 이자를 연간 150만 원 이상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대출을 갈아타고 싶어도 550만 원에 달하는 중도상환 수수료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정점이었던 지난해 10∼11월경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당국의 압박과 채권시장 안정 등으로 대출 금리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들은 요즘 신규 대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원리금 부담을 계속 져야 하는 상황이다.


● ‘금리 꼭짓점’ 고정금리 대출자 울상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0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5.35∼7.431%로 1년 동안 가장 높았다. 이 금리는 넉 달여가 지난 현재 4.41∼6.32%까지 떨어졌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같은 기간 5.18∼7.449%에서 4.92∼6.39%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혼합형(3년 또는 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신규대출액은 1조4353억 원이었다. 변동금리 신규 대출(6721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당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이 변동성이 적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 달리 대출 금리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부터 채권시장이 차츰 안정을 찾은 데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지난해 12월(4.29%)보다 0.47%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대출 금리는 더욱 빠르게 떨어졌다.


● 금리 변동성 커 득실 따져봐야
높은 금리로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퇴로도 마땅치 않다. 통상 대출일로부터 3년까지는 중도상환수수료도 발생하기 때문에 신규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 대출도 이들에게는 부담이다.

물론 대출 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여전하다. 한국은행은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닫아 두지는 않았다. 미국 유럽 등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짙어지는 추세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금리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경기 둔화와 미국의 최종금리 상향 조정, 금융당국의 압박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앞으로 금리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며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변동금리로 갈아탔을 때의 이익이 중도상환 수수료보다 큰지, 금리 상승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격 요건이 된다면 대출 갈아타기 부담이 없는 정책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9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은 만기 전 다른 대출로 바꿔도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