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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반값 신차’는 없었다… 제3공장 멕시코로 공식화

입력 | 2023-03-03 03:00:00

투자자 설명회 자리서 성과 자랑만
공정혁신 통한 비용절감 비전 눈길
“사이버트럭 연내에 출시할 것”
시장 실망… 주가 시간외 거래 급락




“마스터플랜을 제공했다지만 굵직한 내용이 적었다.”(뉴욕타임스)

“과거 성과 소개가 길었지만 새 상품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CNBC)

전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미국 테슬라가 1일(현지 시간) 텍사스 본사에서 개최한 ‘투자자의 날’이 끝난 뒤 나온 현지 매체들의 평가였다. 당초 이번 설명회에는 ‘반값 테슬라’라고 불리는 소형 저가 차량인 ‘모델2’를 비롯해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신차 발표가 기대됐다.

그러나 질의응답까지 합쳐서 4시간 넘게 진행된 설명회는 그동안 테슬라가 이룩한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만 길게 이어졌다. ‘속 빈 강정’이란 비판마저 나온 이유다. 테슬라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6.8%나 급락했다. 시장의 실망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다만 공정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에 대한 비전만큼은 주목을 끌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앞으로의 경영에 대한 몇 줄기 큰 방향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공정 혁신이었다. 테슬라는 신차 조립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새로 개발되는 모델은 기존 대비 조립의 복잡성을 줄이고, 시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테슬라 관계자는 “테슬라의 모델3는 초기보다 비용을 30% 절감했다”며 “제품의 품질을 낮추지 않으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전기차 시장에서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유명 테슬라 투자자인 로스 거버는 트위터를 통해 “2만5000∼3만 달러(약 3300만∼4000만 원)에 전기차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테슬라 모델3의 가장 싼 차량은 4만3000달러(약 5700만 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안에 3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전기차인 쉐보레 이쿼녹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도 저가형 신차 출시를 예고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경쟁 업체들이 원가 경쟁에 나서니 테슬라도 보다 대중적인 모델을 내놓으려 하는 것”이라며 “언젠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도 일몰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가격 경쟁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 CEO는 이날 멕시코를 향해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독일, 중국에 이은 테슬라의 세 번째 해외 공장 건설을 공식화했다. 멕시코 신공장은 효율화를 통해 기존 공장에 비해 건설 비용이 65%가량 적게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멕시코와 함께 테슬라 신규 공장 투자 유치에 나선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테슬라는 또 전기 픽업 트럭인 ‘사이버 트럭’이 올해 중 출시될 것이란 새로운 소식을 내놨다. 지난해에 나올 계획이었던 차량인데 일정이 다소 미뤄졌다. 양산은 내년쯤부터 이뤄지게 된다.

이날 행사에는 머스크 CEO 외에도 16명의 임원이 무대에 올랐다. 상당수가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통해 돌출 발언이 잦아 ‘오너 리스크’가 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임원진 군단을 등장시켜 경영에 흔들림이 없음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