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 2023.1.31 뉴스1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의뢰로 연금개혁 초안을 마련하던 민간자문위원회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없이, 그간 논의해온 내용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문위는 어제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안에 보고서를 국회에 내는 걸로 3개월 반의 활동을 접기로 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통일된 의견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연금개혁의 최대 현안인 ‘얼마나 낼지’, ‘얼마나 받을지’가 담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그보다는 여야가 참여한 국회 연금특위가 지난달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이 먼저”라며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母數)개혁’을 정부로 떠넘기고, 4월까지 개혁 초안을 내놓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초만 해도 자문위 전문가들은 1999년부터 동결해온 9%의 보험료율을 12∼15%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연금 수급 개시연령인 63∼65세 직전까지 보험료 납입기간을 연장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소득대체율을 40%로 그대로 둘 것인지, 50%로 높일 것인지에 대해서만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보다 먼저 개혁안을 내놓는 국회가 연금개혁을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여야가 보험료율 인상에 비우호적인 여론을 의식해 발을 빼면서 개혁 동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정부는 국회의 움직임에 관계없이 국민연금 종합운용계획을 10월까지 제출하는 등 예정된 일정대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연금개혁 완성판’을 내놓겠다고 공언하는 시점은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이다. 이렇게 소극적인 자세로는 여론 눈치만 살피는 정치권을 연금개혁의 길로 끌어들일 수 없다. 시간표를 크게 앞당기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