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심판은 나라 정상화 여정의 첫 驛 불과 文정권의 자유민주 훼손 일일이 나열조차 벅차 의석수 탓 포기말고 대통령 의제설정 영향력으로 종합플랜하에 수선대 올려 하나하나 바로잡아야
이기홍 대기자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神殿)을 떠올려 본다. 25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이 위대한 건축물은 화재, 외세 침략 등으로 숱한 파손과 붕괴 위험을 겪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의 체제도 그렇다. 시장경제라는 기단(基壇) 위에 여러 기둥들이 버티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 5년간 강진(强震) 수준의 내상을 입어 기둥들이 뒤틀리고 금이 갔다.
자유민주주의의 복구, 즉 나라의 정상화는 대선 때 윤석열에게 표를 준 1639만 유권자 모두가 염원한 윤 정권의 소명이다. 윤 대통령이 거듭 ‘자유’를 강조하는 것도 그런 소명을 가슴에 새긴 결과일 것이다.
믈론 이재명 심판과 민노총 횡포 문제는 국가 정상화를 위한 주요한 과제다. 특히 이재명 문제는 민주주의의 기둥 중 하나인 지방자치를 살리고, 정치를 정화하는 불가결한 작업이다. 게다가 그가 국회의원과 야당 대표라는 방탄 옷을 찾아 입은 ‘덕분에’ 국민은 불체포특권 남용, 다수결 횡포 등 민주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빈틈을 적나라하게 목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재명 심판은 국가 정상화라는 방대한 여정에서 첫 기착지 정도에 불과하다.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잡범 혐의다. 문 정권이 5년간 자행한 행위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문 정권이 비틀어 놓은 기둥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헌법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했고, 교과서 내용이 기울어졌다. 근현대사를 좌파들이 독점하면서 정통성이 북한에 있는 것처럼 몰고 갔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죄다 친일파라는 낙인 속으로 몰아넣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좌파들의 역사 바꾸기는 집요하고 악착스러웠다.
이렇게 나열해보면 ‘좌파정권 적폐의 종합적 청산’은 아직 시작도 못 한 상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정부는 국회 의석수 탓만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제설정 영향력을 통해 수리할 수 있는 기둥들이 숱하게 있다. 한 예로 윤 대통령은 민노총 문제에 강력한 의지를 거듭 천명함으로써 노사관계의 기둥을 바로 세우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야당이 아무리 반발해도 여론의 지지와 시대적 명분·당위성이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앞서 열거한 과제들도 대부분 대통령의 의지로 개혁의 작업대에 올려 진전시킬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윤 대통령이 문 정권의 적폐 핵심까지 파고들 것이냐는 점이다.
탈북 어부 강제송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 문 전 대통령의 역할은 결국 아예 불가지(不可知)의 영역으로 봉인됐다. 기소된 정의용 서훈 등에 대한 유무죄는 예단할 필요 없다. 하지만 죄에 해당하든 아니든 최종 결정한 책임자가 누군지를 밝히지 않은 채 수사가 종결된 것이다. 백번 양보해 직접 조사가 부담스러웠다고 쳐도 다른 방법을 통해 사실관계라도 명확히 규명했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지의 끈을 놓지 못한다. 이뻐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회복시키는 게 너무 절실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역사 교육 문화 사상 등 사회·인문과학 분야 ‘현인(賢人)들’을 두루 모셔 경청하고 나라 바로 세우기의 종합적 접근을 해야한다. 실무진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의 회복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 김기춘의 블랙리스트처럼 극우 편향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정반합(正反合)의 균형추를 잡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시스템의 빈틈을 악용하는 의원들, 그리고 문 정권이 깔아준 멍석 위에 구축된 좌파 인프라에 위협받고 있다. 좌파 활동가들은 정권이 민주당 수중에 들어오면 밀물처럼 순식간에 갯벌을 점령해 인프라를 구축한다. 그들의 사전에 썰물은 없다. 끝까지 악착같이 버틴다.
거센 저항을 이겨내려면 보수의 결집이 필요하다. 보수가 가장 싫어하는 게 위선, 내로남불, 천박함이다. 선전선동과 시위 파업 대중조직화가 좌파의 무기라면, 우파의 가장 큰 무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품격이다. 솔선수범이 대통령의 몫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