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숙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중앙공원을 즐겁게 걷고 있다. 23세 때부터 산을 탄 그는 백두대간 종주를 세 차례 했고 45세 때부터는 히말라야산맥 등반의 매력에 빠져 있다. 그는 “가면 언제나 새로운 히말라야에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이라고 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기자
백두대간 종주 3회, 지리산 종주 80회, 히말라야 등반 12회…. 23세 때 우연히 북한산에 올라 산의 매력에 빠진 김원숙 씨(62)는 7월 세계 제2의 고봉(해발 8611m) K2 트레킹 가는 것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산 얘기만 나오면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가슴이 뛴다.
“산에 가면 몸은 힘들지 몰라도 마음이 편해요. 언제든 나를 반겨 준다는 게 제일 좋아요. 산은 예약이 필요 없잖아요. 그냥 가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죠.”
27세부터는 매주 산에 올랐고 38세 때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산을 다니다 보니 대한민국의 산을 다 알게 됐다.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거쳐 바다에 이르는 백두대간, 백두대간과 함께 10대 강 울타리가 되는 산줄기 정맥, 정맥과 동일하게 보이는 산줄기 기맥, 대간과 정맥, 기맥을 제외한 산줄기 중 이름을 붙인 산줄기 지맥…. 그는 “백두대간 중 지리산이 가장 좋았다. 엄마 품속 같았다. 시간 날 때마다 종주를 했다. 설악산도 좋지만 나에겐 지리산이 더 끌렸다”고 했다.
“히말라야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죠. 히말라야는 환상적입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어서 해발 5000∼6000m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만 오르지만 걸으면서 보는 히말라야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신선이 된 느낌이랄까. 산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히말라야엔 가야 한다고 권합니다.”
김 씨는 유독 히말라야가 좋았다. 그는 “안나푸르나 쪽 갔다 오다 저쪽에 마칼루가 보이면 ‘다음엔 저기 가자’고 하는 식이었다”고 했다. 2016년부터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HT)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1700km 종주에도 도전했다. GHT는 네팔 칸첸중가 쪽에서 시작해 중국 티베트 쪽까지 가는 트레일 코스다. 그는 “한 번에 약 45일간 5회로 끊어서 종주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몇 년 못 하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도전했는데 중국 티베트 쪽에서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다른 루트로 돌아오면서 종주를 완성하지 못했다. 내년에 마지막 퍼즐을 맞춰 종주를 끝낼 계획”이라고 했다.
김 씨가 가장 높이 오른 산은 히말라야 임자체로 해발 6189m다. 일본 북알프스, 유럽 알프스 등 해외 유명 산맥도 다녀왔지만 히말라야 외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체력엔 문제가 없을까. 그는 “오래전부터 헬스와 수영을 했다. 산을 타기 때문에 체력엔 큰 문제 없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수영과 요가를 병행하다 지금은 요가만 하고 있다. 요가가 유연성과 근력을 동시에 키워줘 정말 좋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산을 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2011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아띠어린이산악회’를 운영했다. 매주 2, 4번째 주말 산행법을 알려주고 상반기 하반기 각 8회 이상 참여하면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지리산을 종주하는 아이들과는 에베레스트(칼라파트라), 안나푸르나, 랑탕을 다녀왔다. “그때가 가장 행복한 산행”이었다고 했다.
“산은 언제나 가면 새로워요. 어느 계절에 갔느냐, 누구랑 갔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르죠. 무엇보다 제가 가고 싶을 때 언제나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친구들이랑 가기도 하지만 혼자 갈 때가 더 행복해요.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저만을 느끼며 오를 수 있죠.”
환갑을 넘긴 그는 “몸 상태가 지금 최상인 것 같다. 히말라야에 해발 6000m 넘는 산이 3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가도 가도 새로운 곳”이라며 남은 인생에도 히말라야를 누비겠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