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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러에 무기지원 땐… 美, 동맹들에 對中 경제제재 요청할 것”

입력 | 2023-03-03 03:00:00

中 무기, 러와 호환 가능해 위협적
美내부 “中 달러망서 퇴출” 주장도
로이터 “독일-한국 등 동참 소극적”
푸틴은 시진핑 방문 접대 준비중



시진핑, 親러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친러시아 성향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이 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인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한다”고 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미국이 주요 7개국(G7) 등 동맹과 함께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려는 중국을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거듭된 부인에도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자 동맹을 결집해 중국을 제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로 백악관을 찾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3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의 연대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베이징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만나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中무기, 러와 호환 가능해 美 우려 고조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관료 4명 등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러시아 무기 지원에 대비해 대중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7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가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가 ‘레드라인’(금지선) ‘게임 체인저’ 등의 단어를 써가며 중국의 무기 지원에 반발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무기 체계가 러시아군과 호환이 가능한 점이 있다. 옛 소련제 무기가 많은 우크라이나군은 서방 무기를 즉각 사용하기 어렵지만 러시아군은 중국 무기를 곧바로 사용할 수 있어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7∼2021년 5년간 중국 무기 수입의 81%가 러시아제라며 “소총, 전투기, 항공모함 등 중국 군사전력의 상당수가 소련 시대의 설계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가 매년 최소 5회의 연합 군사훈련을 하면서 무기 체계의 호환이 강화됐고 중국이 수단 등 전 세계 분쟁 지역에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소총 등 각종 소련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에 중국이 무기를 지원하면 미국이 이란, 북한 수준의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기에로는 “중국에 ‘러시아 지원과 미 금융체계(달러망) 퇴출 중 하나를 고르라’고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숄츠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 사안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숄츠 총리는 2일 의회 연설에서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독일은 물론이고 한국 등의 동맹국도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대중 제재 동참에는 소극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 ‘리틀 푸틴’ 루카셴코 “中 중재안 지지”
러시아의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1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며 ‘리틀 푸틴’으로 불린다. 시 주석은 “전쟁의 유관 국가는 세계 경제의 정치화와 도구화를 중단하고 냉전적 사고를 버리라”며 미국을 겨냥했다.

푸틴 대통령이 상반기 중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 주석을 접대하기 위한 각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1일 보도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 ‘중국철도건설공사(CRCC)’가 관여한 모스크바 시내 일부 지하철 노선을 보여주며 중국의 기술력을 호평하고 무기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G20 회의장의 美-러 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주변을 지나쳐 가고 있다. 뉴델리=AP 뉴시스

1, 2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서방 대 중국-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양 진영에서는 거친 언사를 동원해 상대방을 비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