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나는 비교적 행복하면 행복한 거라고 믿고 살고 있다. 회사도 집도 남산 근처라서 틈틈이 하루 만 보씩 남산 공원에서 산책하고 점심은 동네 백반집에서 먹고 일주일에 2, 3일은 친구나 동료를 만나 삼겹살에 소주도 한잔하면서 살고 있다.
조금 더 맛있는 안주를 먹기 위해 때론 일찍 가서 줄도 서고, 새로운 맛집을 찾아내면 기분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즐거움도 누린다. 주말에는 동호회 사람들과 테니스를 치고 가끔은 캠핑도 다닌다. 그렇다고 놀기만 하는 건 아니다. 평일에도 일하고, 때론 야근도 하고 필요하면 주말에도 일한다. 일은 잘될 때도 있고 잘 안될 때도 있다. 열심히 준비한 일이 잘 안될 때도 있고 별 기대 안 한 일이 잘될 때도 있다.
항상 행복하면 좋겠지만 그런 인생은 없다. 그래서 난 대체로 행복하면 행복한 인생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얼마 전 친한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너 즐겁게 사는 거 보기 좋아. 행복해 보이고. 근데 행복에도 레벨이 있더라고. 난 네가 행복 레벨을 좀 올렸으면 좋겠어.” 행복에도 레벨이 있다고? 처음 듣는 얘기였고,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말이었다. “네가 말하는 행복의 레벨이 뭔데?” 친구는 그날 강남에 있는 비싸고 맛있는 소고기집으로 나를 데려갔고, 며칠 후에는 비싼 오마카세로 나를 초대했다. “값싸고 가성비 좋은 노포 맛집도 좋지만 가끔은 분위기 있는 맛집도 가보면 좋을 것 같아서. 만 원짜리 와인도 괜찮지만 10만 원짜리 와인은 훨씬 괜찮거든.”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