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역사 파리오페라발레, 30년만에 발레단 전체 한국 찾아 오늘 대전, 8일부터 서울 공연 내달 유니버설-5월엔 국립발레단… 군무-의상 등 비교하는 재미 쏠쏠
‘지젤’은 순백색 튀튀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이 대열을 바꾸며 정교하게 추는 ‘윌리들의 군무’로 유명하다. ‘3대 발레 블랑(하얀 발레)’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장면은 아름다움과 황홀함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달 초부터 5월까지 잇따라 ‘지젤’을 선보이는 파리오페라발레단(BOP)과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UBC)의 공연 모습(위부터 아래로). 각 발레단 제공
화려한 기교, 몽환적 분위기를 지닌 낭만발레의 대표작 ‘지젤’이 발레단별로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지젤’을 처음 선보인 세계 최정상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BOP)이 이달 내한 공연을 한다. 다음 달엔 유니버설발레단(UBC)이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5월에는 국립발레단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젤’을 각각 선보인다.
‘지젤’은 시골 처녀 지젤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고, 배반당하는 이야기다. 1막 후반 ‘매드신’과 2막 ‘윌리들의 군무’가 특히 유명하다. 알브레히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성한 지젤이 추는 춤은 폭발하는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처녀 귀신 윌리들이 시시각각 대열을 바꾸며 추는 ‘윌리들의 군무’는 ‘백조의 호수’의 호숫가 군무, ‘라 바야데르’의 망령들의 왕국 군무와 함께 ‘3대 발레 블랑’(하얀 발레)으로 불린다.
1669년 창단돼 세계 발레단 중 가장 역사가 긴 BOP는 ‘지젤’을 1841년 세계 초연했다. 3, 4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뒤 8∼1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무용수 70명을 비롯한 발레단 전체가 내한하는 건 1993년 이후 30년 만이다. 동양인 최초로 BOP 에투알(수석무용수)이 된 발레리나 박세은은 출산으로 이번 무대에 오르지 않지만 지난해 쉬제(솔리스트)로 승급한 강호현이 군무 선두 역으로 참여한다.
지젤 역은 사랑에 빠진 기쁨, 실연으로 점점 미쳐 가는 광기를 표현해야 하는 데다 고난도 기술을 구사해야 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BOP 공연에서는 발레단 간판스타이자 ‘워킹맘 발레리나’로 유명한 도로테 질베르를 포함해 섬세한 연기력을 지닌 미리암 올드 브람, 레오노어 볼락이 지젤 역을 맡았다.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박세은과 함께 갈라 공연을 선보인 질베르는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국립발레단과 UBC는 아직 캐스팅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국립발레단은 박슬기와 허서명이, 2021년 UBC는 실제 부부인 손유희와 이현준이 각각 지젤과 알브레히트로 합을 맞췄다.
‘지젤’에선 통상 발레 의상 하면 떠오르는 짧은 클래식 튀튀 대신 로맨틱 튀튀를 입는다. 허리부터 종 모양으로 퍼져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모양이 특징이다. BOP는 초연 당시 의상을 토대로 디자이너 클로디 가스틴이 1998년부터 제작해오고 있다. 에블린 파리 BOP 언론담당은 “의상과 무대세트 모두 프랑스에서 만든 것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며 “윌리들의 군무 의상은 공기처럼 떠다니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튀튀보다 망사층을 늘렸다”고 했다.
UBC 의상은 마린스키 버전을 토대로 의상 디자이너 갈리나 솔로비에바가 러시아에서 제작했다. 1막 의상과 2막 조명에서 푸른색을 더해 경쾌함을 강조했다. 국립발레단의 의상은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가 제작한다. 국립발레단은 “은은한 녹색이 강조돼 1막 배경인 시골 정취를 잘 표현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