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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 ‘라니냐’ 3년째 이어져… 작년 장마전선 남부 못내려가

입력 | 2023-03-03 03:00:00

[남부 50년만의 최악 가뭄] 남부지방 극심한 가뭄 왜?
적도 해수 저온현상 이례적 계속
中-佛-伊 등 전세계 곳곳서 가뭄




남부 지역의 심각한 가뭄은 지난해 여름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이상기후 현상인 ‘라니냐’로 인해 장마전선이 남부 지역까지 하강하지 못해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상태가 5개월 이상 계속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 번 발생하면 1년 안에 사라지는 라니냐가 2020년 8월부터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극히 드문 경우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라니냐가 시작되는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는 평균보다 낮은 반면, 우리가 있는 서태평양의 해수 온도는 상승한다. 지난해 여름 바다의 열을 에너지 삼아 크고 강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형성되고 오래도록 남부 지역에서 버티게 되면서 장마전선을 비롯한 비구름대가 중부 지방 위쪽에서만 오르락내리락한 것이다.

그 여파로 수도권에는 폭우가 내렸지만 남부 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반기석 케이웨더 센터장은 “호남 지역만 두고 이상기후를 분석하는 것은 단위가 너무 작지만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의 예외가 되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한반도뿐이 아니다.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에서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경험하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티베르강에서는 수위가 낮아지며 네로 황제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다리 유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7월 창장(長江·양쯔)강 유역 평균 고온 일수가 32.5일로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가뭄이 생활·공업용수 부족과 전력난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는 이로 인한 경제손실이 315억 위안(약 6조73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은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 더 자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2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기후변화’에는 “라니냐 현상의 결과로 21세기에 가뭄 현상이 기존보다 10배 더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올봄에는 3년째 계속된 라니냐가 끝날 예정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다가오는 봄 라니냐가 90% 확률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기상청은 라니냐가 해소된 뒤 여름철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라니냐와 반대로 해수면의 온도가 평소보다 높은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므로 우리나라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수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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